"혁신, 기득권과 충돌 어찌하나"…문 대통령, 핀란드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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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핀란드 스타트업 서밋 참석
핀란드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에 저항하는 기득권의 반발을 화두로 꺼내들며 혁신 의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헬싱키에서 열린 ‘한·핀란드 스타트업 서밋’ 기조연설에서 “어제 오타니에미 산학연단지에서 원천기술 개발부터 상용화, 신산업 육성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요람을 직접 보면서 핀란드 성공 스토리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언급했다.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센터(VTT)와 알토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오타니에미는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핀란드의 간판 산학연단지다.
문 대통령은 전날 헬싱키경제대·공대·예술대를 통합한 알토대 사례를 들어 “혁신은 기득권과 충돌하는데 어떻게 기득권을 이겨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일카 니에멜라 알토대 총장은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혁신뿐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답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차량공유서비스, 인터넷은행 등의 혁신정책에 대한 국내 반발을 경험한 대통령의 고민이 담긴 질문”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기득권에 집착하면 진보든 보수든 가짜다”고 언급하는 등 최근 기득권의 반발을 부쩍 자주 언급하고 있다. 핀란드의 묵직한 충고 "혁신 위해선 불확실성 안고 나아가는 방법뿐"
“혁신은 기득권과 충돌하기 마련이다. 기득권의 반발을 어떻게 이겨냈나.”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첫 번째 방문국인 핀란드에서 그 어느 때보다 ‘혁신’ ‘창업’ 등의 키워드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일(현지시간) 오타니에미 산학연단지 내 알토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던진 질문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깔고 있다. “핀란드 혁신 노하우 배우겠다”
문 대통령의 질문을 받은 일카 니에멜라 알토대 총장의 대답은 간명했다. 그는 “늘 불확실성을 안고 산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건 이 방법뿐이라고 생각하고 정진하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선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늘 만나고 마음을 열고 서로의 얘기를 경청했다”고 강조했다. 니에멜라 총장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목표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혁신의 해법을 찾겠다는 표정으로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센터 관계자에게는 스타트업의 기술장벽과 신기술의 상업화 노하우를 물으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신기술을 산업화하거나 성과를 연결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나” “핀란드에서 스타트업을 하는데 진입장벽은 없느냐”고 물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보통 행사에서는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유독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혁신에 대한 기득권의 반발’ ‘진입장벽’ 등을 거론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타다, 카풀 등 차량공유 서비스를 비롯해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혁신정책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번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타다 서비스를 개발한 VCNC 대표도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열린 ‘한·핀란드 스타트업 서밋’에서도 핀란드의 혁신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핀란드가 스타트업 선도 국가가 된 것은 혁신의 힘이었다”며 “핀란드는 노키아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새롭게 부활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비즈니스포럼을 스타트업 중심으로 기획한 것도 창업벤처를 경제 활성화 돌파구로 삼겠다는 구상의 일환이다. 한때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책임지던 노키아의 위기를 스타트업 붐으로 이겨낸 핀란드 사례에서 혁신의 아이디어를 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인구 대비 스타트업 수가 가장 많은 나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핀란드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축제 ‘슬러시(SLUSH)’가 열릴 때면 평소 조용한 헬싱키가 들썩인다고 들었다”며 “슬러시라는 명칭에서 뜨거운 벤처의 열기를 느낄 수 있고 추운 겨울을 녹여낼 수 있다는 핀란드의 자신감이 전해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전날 방문한 오타니에미 산학연단지에서 만난 대학생 창업기업 ‘아이스아이’를 사례로 들며 “핀란드 대학생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인공위성 개발에 성공하는 단계까지 왔다”며 “노키아의 빈자리를 혁신이 메우고 스타트업이 채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스아이는 알토대 학생인 라팔 모드르제브시키가 대학의 초기 자금 지원을 받아 창업한 소형 상업용 위성 개발 스타트업이다.
문 대통령은 핀란드의 혁신이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인 한국에도 큰 공감을 주고 있다며 혁신창업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도 대학과 청년들의 벤처붐 주도가 과거 외환위기 극복의 원동력이었다”며 “지금도 청년 스타트업이 중심이 돼 제2 벤처붐 확산 등 혁신성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스타트업 서밋이 혁신을 향한 양국 스타트업과 경제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헬싱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문 대통령은 11일 헬싱키에서 열린 ‘한·핀란드 스타트업 서밋’ 기조연설에서 “어제 오타니에미 산학연단지에서 원천기술 개발부터 상용화, 신산업 육성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요람을 직접 보면서 핀란드 성공 스토리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언급했다.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센터(VTT)와 알토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오타니에미는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핀란드의 간판 산학연단지다.
문 대통령은 전날 헬싱키경제대·공대·예술대를 통합한 알토대 사례를 들어 “혁신은 기득권과 충돌하는데 어떻게 기득권을 이겨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일카 니에멜라 알토대 총장은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혁신뿐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답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차량공유서비스, 인터넷은행 등의 혁신정책에 대한 국내 반발을 경험한 대통령의 고민이 담긴 질문”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기득권에 집착하면 진보든 보수든 가짜다”고 언급하는 등 최근 기득권의 반발을 부쩍 자주 언급하고 있다. 핀란드의 묵직한 충고 "혁신 위해선 불확실성 안고 나아가는 방법뿐"
“혁신은 기득권과 충돌하기 마련이다. 기득권의 반발을 어떻게 이겨냈나.”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첫 번째 방문국인 핀란드에서 그 어느 때보다 ‘혁신’ ‘창업’ 등의 키워드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일(현지시간) 오타니에미 산학연단지 내 알토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던진 질문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깔고 있다. “핀란드 혁신 노하우 배우겠다”
문 대통령의 질문을 받은 일카 니에멜라 알토대 총장의 대답은 간명했다. 그는 “늘 불확실성을 안고 산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건 이 방법뿐이라고 생각하고 정진하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선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늘 만나고 마음을 열고 서로의 얘기를 경청했다”고 강조했다. 니에멜라 총장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목표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혁신의 해법을 찾겠다는 표정으로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센터 관계자에게는 스타트업의 기술장벽과 신기술의 상업화 노하우를 물으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신기술을 산업화하거나 성과를 연결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나” “핀란드에서 스타트업을 하는데 진입장벽은 없느냐”고 물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보통 행사에서는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유독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혁신에 대한 기득권의 반발’ ‘진입장벽’ 등을 거론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타다, 카풀 등 차량공유 서비스를 비롯해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혁신정책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번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타다 서비스를 개발한 VCNC 대표도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열린 ‘한·핀란드 스타트업 서밋’에서도 핀란드의 혁신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핀란드가 스타트업 선도 국가가 된 것은 혁신의 힘이었다”며 “핀란드는 노키아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새롭게 부활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비즈니스포럼을 스타트업 중심으로 기획한 것도 창업벤처를 경제 활성화 돌파구로 삼겠다는 구상의 일환이다. 한때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책임지던 노키아의 위기를 스타트업 붐으로 이겨낸 핀란드 사례에서 혁신의 아이디어를 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인구 대비 스타트업 수가 가장 많은 나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핀란드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축제 ‘슬러시(SLUSH)’가 열릴 때면 평소 조용한 헬싱키가 들썩인다고 들었다”며 “슬러시라는 명칭에서 뜨거운 벤처의 열기를 느낄 수 있고 추운 겨울을 녹여낼 수 있다는 핀란드의 자신감이 전해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전날 방문한 오타니에미 산학연단지에서 만난 대학생 창업기업 ‘아이스아이’를 사례로 들며 “핀란드 대학생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인공위성 개발에 성공하는 단계까지 왔다”며 “노키아의 빈자리를 혁신이 메우고 스타트업이 채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스아이는 알토대 학생인 라팔 모드르제브시키가 대학의 초기 자금 지원을 받아 창업한 소형 상업용 위성 개발 스타트업이다.
문 대통령은 핀란드의 혁신이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인 한국에도 큰 공감을 주고 있다며 혁신창업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도 대학과 청년들의 벤처붐 주도가 과거 외환위기 극복의 원동력이었다”며 “지금도 청년 스타트업이 중심이 돼 제2 벤처붐 확산 등 혁신성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스타트업 서밋이 혁신을 향한 양국 스타트업과 경제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헬싱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