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공원부터 애드미럴티까지 인파로 가득 차…홍콩 반환 후 최대 규모'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에 홍콩 민주주의 우려 커져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明報) 등에 따르면 주최 측은 103만명이 넘는 시민이 이날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경찰은 이날 시위대가 최대 24만명에 달했다고 추산했다.주최 측 기준으로 이날 시위 참가자는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다.경찰 추산을 기준으로는 2003년 국가보안법안 반대 시위 때의 35만명보다는 다소 적다.이날 오후 3시부터 홍콩섬의 빅토리아공원에서 시민들이 대거 모여든 가운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집회가 진행됐다.중국 송환 반대를 뜻하는 '반송중'(反送中) 등의 손팻말을 든 시위 참가자들은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목소리를 외쳤다.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인 인도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홍콩 입법회는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 표결을 할 예정이다.홍콩의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법치를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지난 7일 홍콩 변호사 3천여 명은 홍콩 대법원에서 정부청사까지 양복을 입고 행진하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글로벌 은행에서 일하는 한 30대는 로이터 통신에 "정부가 길을 바꿀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든지 하는 게 낫다"며 "적어도 나는 홍콩 역사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많은 시위대는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우산 혁명' 실패에 좌절했던 홍콩인들이 이날 다시 거리로 대거 쏟아져 나와 정치적 요구를 분출한 것은 '홍콩의 중국화'로 자유와 인권이 급속히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홍콩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로 정치적 자유가 허용되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이유로 다른 나라로 떠나는 사람들이 잇따르는 역설적인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이날 군중들은 시위가 시작된 빅토리아공원에서 출발해 코즈웨이 베이, 완차이를 지나 애드미럴티의 홍콩 정부청사까지 행진하면서 밤 늦게까지 '반송중' 구호를 외쳤다.시위대는 행진 목적지인 애드미럴티에서부터 출발 지점인 빅토리아공원까지 약 4㎞의 거리를 뒤덮었다.홍콩 경찰은 이날 2천여명의 경찰을 현장에 배치해 만일을 사태에 대비했다.부분적으로 시위 참가자와 경찰 간에 몸싸움이 일어나 6명이 경찰에 체포됐지만 전체적으로 시위는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이날 홍콩 외에 시드니, 타이베이, 런던, 뉴욕, 시카고 등 세계 20여개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열렸다.그러나 이번 법안을 지지하는 한 시민단체는 인터넷을 통해 70만명이 '범죄인 인도 법안'에 찬성했다면서 홍콩인 다수는 새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연합뉴스
홍콩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돼 돼지 약 4천700마리를 살처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1일 AFP 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에 따르면 전날 중국 국경 인근 상쉐이 도축장의 돼지 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나왔다.홍콩 돼지고기 공급의 80%를 담당하는 상쉐이 도축장에서는 지난달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돼 약 6천 마리를 살처분한 바 있다.홍콩 당국은 이후 지난달 11∼18일 상쉐이 도축장의 영업을 중단했는데, 영업 재개 2주도 되지 않아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된 것이다.이번에 발병한 돼지는 첫번째 경우와 마찬가지로 중국 광둥성에서 수입된 것으로 밝혀졌다.홍콩 당국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국으로부터의 돼지 수입을 중단했고, 청소와 소독작업을 위해 도축장 문을 닫기로 했다.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遼寧)성의 한 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중국 전역으로 퍼졌고 수십만 마리를 살처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홍콩에서는 하루평균 4천마리의 돼지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첫 발병 이후 홍콩 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연합뉴스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앞두고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정작 중국 본토의 젊은이들은 톈안먼 시위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홍콩 시민 2000여 명이 홍콩 도심에서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기념하는 집회와 거리행진을 벌였다. 톈안먼 시위는 중국 정부가 1989년 6월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홍콩에선 매년 6월4일을 앞두고 톈안먼 시위를 기념하는 집회와 행진을 한다.이날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작년의 두 배 가량으로 2015년(3000명) 이후 가장 많았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 시위 참가자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법안은 중국,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살인, 밀수, 탈세 등을 저지른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다음달 4일 오후 8시 빅토리아공원에서 톈안먼 시위를 기념하는 촛불 추모집회를 열 예정이다.하지만 홍콩과는 달리 중국 밀레니얼 세대의 90%는 톈안먼 시위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선전에 사는 한 26세 미술 교사는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처음으로 톈안먼 시위에 대해 알게 됐다”며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고 어른들도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중국 정부는 톈안먼 시위를 중국 현대사의 치부로 여겨 이를 언급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중국 언론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선 톈안먼 시위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올해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 기술을 동원해 온라인상 여론을 통제하는 등 예년보다 경계 수위를 대폭 강화했다.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