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좋아서 하는 게임…"죽자고 덤비니 문제"
국내 게임 산업 종사자는 63만명이다. 게임을 거대 문화 콘텐츠 산업이라 부르는 배경이다. 게임은 한국 콘텐츠 수출을 이끌고 있다. 매년 해외에서 벌어오는 수익은 K팝의 10배, 영화의 100배에 달한다.

63만 게임 종사자 가운데 대부분은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이들이다. 좋아하는 일에 인생을 건만큼 게임에 대한 애정도 깊다. 사행성이 짙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개정안을 통과시킨지 2주가 지났다. 게임업계는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예방 및 치료를 위해 국내에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의료계는 WHO의 결정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200개에 달하는 국가(194개 회원국)가 권고사항인 WHO 질병분류를 자국 보건의료 정책에 적극 도입할 정도다. 같은 이유로 WHO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문체부를 향해 "이의를 제기한 전례가 없다"고 반응한다.

WHO는 게임 중독을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하며, 통제능력을 상실한 채 12개월 이상 게임을 지속하는 행위'라 정의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 일상생활보다 우선되는 건 무엇이든 교정돼야 한다. 특히 통제능력을 상실한 채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치료도 필요하다. 당사자와 가족들을 위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좋아서 하는 게임이지만 일상생활에 문제가 될 정도면 교정이 필요하다. WHO의 결정을 터무니 없다고 비판만 할 수 없는 이유다. 게임문화재단이 2011년부터 '게임과몰입힐링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게임 중독을 판단하는 기준과 그로 인해 게임산업이 입게될 피해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게임 중독'과 '게임'을 구분해야 한다는 일부 의사들의 논리가 공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평가하는 기준과 원인, 증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의사 개개인에게 판단을 맡겨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치열한 토론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와 별개로 게임 중독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 주장처럼 게임 중독과 게임은 분명 분리해 판단해야할 문제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신의 아이가 게임 때문에 공부하지 않는다고 믿는 학부모에게 이런 주장은 들리지 않는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돈을 많이 벌고 공부를 잘하면 게임을 아무리 많이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 반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주로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는 편견. 바로 이런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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