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한대치 염두에 둔 듯…"국정협조 당부하는 대야 메시지" 해석도
"극단에 치우침 없어야"…'애국' 둘러싼 남남갈등 우려도 담겨
애국 11번, 진보·보수 9번씩 언급…한미동맹도 강조
文대통령, 애국·통합 강조하며 '기득권 이념대립' 정면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기득권에 매달리며 이념을 앞세우는 일부의 행태를 겨냥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라며 강력한 비판을 내놨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서는 정치권의 극한 대립에 대한 우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진보와 보수 등 이념적 가치만을 강조하며 서로를 공격하는 대결구도가 사회 전반에서의 남남갈등을 불러올 수 있고, 이 경우 사회 통합은 한층 어려워지리라는 문제 인식인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애국'을 강조하면서도 결국 국가 전체가 아닌 자신이 속한 진영만을 위하는 태도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국가 전체를 위한 애국'과 '사회 통합'을 강조한 것을 두고, 강력한 대여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야당을 향해 국정에 협조할 것을 당부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강행하는 등 여야 간 대립이 가팔라지면서 최근 국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여야 당 대표와의 회동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이 회동 형식을 둘러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논의가 멈춰선 상태다.

이날 추념식에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참석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고 한 것은 국민과 민생을 위해 여야가 이념을 떠나 협력해달라는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는 최근 정치권의 '막말 사태' 등으로 이념대결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통합과 애국을 강조하고 이념대결을 비판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추념사 전체에서는 '애국'이라는 단어가 11번, '진보'와 '보수'가 각각 9번씩 사용됐다.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국가'로, 총 26번 등장했다.

'유공자'라는 단어도 19번 사용됐으며, 그만큼 국가에 헌신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책무를 다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이 이날 추념사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6·25 전쟁을 떠올리며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나라는 미국"이라며 "한미동맹의 숭고함을 양국 국민의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은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이 중시해 온 것으로 여겨졌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튼튼한 안보와 국가의 번영을 위해 이분법적인 이념의 잣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다시 한번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