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행운퀴즈가 연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실검) 순위를 장악하고 있다. 퀴즈에 참여하는 기업 고객에 사실상 광고료를 받으면서 토스의 '빛바랜 혁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고객을 동원한 광고영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간편송금업체 토스는 지난 2월부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서 행운퀴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토스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토스머니를 상금으로 걸고 퀴즈를 내는 방식이다.
상금의 최소 금액은 1만원으로, 질문은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답변을 달아 퀴즈에 참여하면 전체 상금의 일부를 랜덤 금액으로 받는다. 질문자가 답변을 채택해 더 많은 상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
퀴즈가 공개되는 날이면 해당 퀴즈와 답변이 어김 없이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한다. 질문자들이 네이버 검색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날 토스 행운퀴즈에는 미샤가 등장했다. '미샤 1+1 행사의 풀네임은 무엇일까요? OOOOOO페스티벌'이라는 퀴즈가 올라왔다. '네이버에서 '미샤 1+1' 검색 결과를 참고하세요'라는 설명도 함께 곁들여졌다.
이 퀴즈의 정답은 '썸머(summer)'다. 퀴즈 정답을 알아내기 위해 사용자들이 네이버 검색에 몰려들면서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에 '미샤 1+1', '미샤' 등이 등장했다.
이날 '러블랭'이라는 단어도 네이버 실검에 올랐다. 이 역시 토스 행운퀴즈에 출제됐다. 온라인쇼핑몰 러블랭은 '여기서 지금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제품 이름은 무엇일까요?, 네이버에서 러블랭을 검색해 정답을 맞춰주세요!'라고 문제를 냈다.
연예인 등 특정 인물을 위한 실검 이벤트로 토스의 행운퀴즈를 이용하는 사용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엑소 수호, 김재환, 트와이스 다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퀴즈들이 잇달아 출제됐다. 네이버 실검은 'OO아 생일 축하해'라는 키워드로 장식됐다.
토스 행운퀴즈가 네이버 실검에 번번이 오르면서 퀴즈에 참여하는 기업이 느는 추세다. 토스는 현재 기업고객에 한해 집행비라는 명목으로 퀴즈 참여 비용을 받고 있다. 민감하거나 부적절한 내용 등은 사전에 검수한다.
개인고객들은 집행비를 내지 않고 상금만 걸면 퀴즈를 낼 수 있다. 다만 퀴즈에 욕설이나 비방, 음란 등 문제가 있는 내용이 있거나 참여자 다수의 신고가 접수된 퀴즈 등은 토스가 사후에 퀴즈 사용을 제한한다.
토스 측은 행운퀴즈가 광고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스 관계자는 "기업이 서비스나 제품 홍보를 위해 행운퀴즈를 진행하고자 할 경우 일정 집행비를 받고 퀴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쉽고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인 만큼 광고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네이버 실검 점령이라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토스가 고객을 동원해 광고영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검 조작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스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내세워 빠르게 고객을 모았다. 최근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해 혁신성과 신뢰도를 부각시켰는데 고객을 동원한 광고영업이 토스의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토스는 플랫폼을 제공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네이버 실검을 장악하고 있다. 실검 조작과 홍보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