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실업부조’가 베일을 벗었다. 내년 7월부터 중위소득 50%(4인 가구 기준 230만6768원) 이하 저소득 실업자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취업 청년(만 18~34세)에게는 중위소득 50~120% 기준이 적용된다. 내년에만 50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 예산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한다. 일각에선 무분별한 재정 확대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직상담 인력 확충 및 전문화 등 고용서비스 혁신 없이는 재정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4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국민취업지원제도’와 ‘공공 고용서비스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왼쪽 세 번째부터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4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국민취업지원제도’와 ‘공공 고용서비스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왼쪽 세 번째부터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취성패+청년수당=국민취업지원제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4일 당정 협의회를 열고 ‘국민취업지원제도’와 ‘공공 고용서비스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한국형 실업부조의 새 이름으로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구직자와 폐업한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원 대상은 만 16~64세 구직자다. 정부는 내년 7월 시행을 위해 오는 9월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의 취업 지원사업인 ‘취업성공패키지’와 ‘청년수당’은 사실상 폐지된다.

제도는 크게 1, 2유형으로 분류된다. 1유형은 기존의 청년수당, 2유형은 취업지원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를 보완한 것이다. 1유형은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요건 심사형’과 중위소득 50~120%인 청년 중 구직의사를 확인해 지급하는 ‘선발형’으로 나뉜다. 기존 청년수당 사업의 확장판으로, 이들에게는 구직상담 등 취업지원서비스와 함께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한다. 2유형은 중위소득이 100% 이하인 구직자와 폐업한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직업훈련과 취업 프로그램 등은 물론 구직활동비용(금액 미정)도 지원받게 된다.

정부는 이 제도가 내년 7월 시행되면 35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에 1유형 대상 기준을 중위소득 50%에서 60%로 상향하면 지원 인원이 6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취업취약계층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 고용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방안도 이날 발표했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통해 맞춤 심층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공공 고용서비스의 외부 컨설팅을 바탕으로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내용이 골자다.
폐업한 자영업자도 300만원 구직수당 받는다
청년수당 문제점 자인한 정부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장으로 청년수당 제도는 도입 1년여 만에 폐지된다. 청년수당은 취업상담이나 직업훈련 참여 등 특별한 의무사항이 없다. 사전 예비교육을 1회 받고 구직활동보고서를 한 달에 한 번씩 내면 수급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원칙 없는 ‘현금 퍼주기’라는 비판이 많았다. 청년수당을 대체할 1유형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선발 기준과 구직노력 검증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 청년수당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한 셈이다.

공공 고용서비스 발전 방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구직자에 대한 심층상담을 진행하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지만 전문상담원 충원이나 그에 따른 예산 관련 내용은 없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에 따른 재원을 모두 세금으로 충당하면 재정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내년 이 제도에 따라 투입되는 예산은 5040억원, 2022년에는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