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은수, 구체적 관여하고 위험 예측…유죄 선고돼야"
구은수 "전쟁같은 현장의 경찰관 생각해달라…재판 결과가 지침 될 것"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해달라고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22일 서울고법 형사7부(이균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 전 청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의 검찰 구형대로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검찰은 1심에서 구 전 청장에게 금고 3년을 구형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정시설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점이 다르다.

검찰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백남기 씨가 직사 살수로 사망한 사건은 피고인들이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막을 수 있던 비극"이라며 "폭력시위의 관련자들에 대해 엄단해야 하듯, 불법 직사 살수로 인한 사망에 대한 책임 규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는 구은수 전 청장이 구체적으로 관여했고, 위험성도 예측할 수 있었다"며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부상에 대한 구호 조치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도록 지휘·감독할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유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전 청장은 당시 집회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백남기씨에게 직사 살수해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케 한 사건과 관련해 살수차 운용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1심은 현장 지휘관에 대해 일반적인 지휘·감독 의무만을 부담하는 구 전 청장이 살수가 이뤄진 구체적 양상까지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혐의를 무죄로 인정했다.

현장 지휘관과 살수 요원들에게만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됐다.

구 전 청장은 최후진술에서 "당시 집회는 6만여명의 시위대가 참가한 사상 유례 없는 불법 폭력시위였다"며 "저와 참모들, 지휘관들, 일선 경관들은 할 수 있는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은 불법 폭력시위로 경찰과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법질서를 지키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가 1년 같고, 전쟁터 같았던 시위 현장을 기억한다"며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하루 종일 시위를 막는 경찰관을 한번 생각해달라"고 했다.

또 "이 재판의 결과가 앞으로 사회 공공의 안녕과 법질서를 유지하는 데 지침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경찰의 법질서 유지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혜안과 현명한 판단을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1심에서 지휘·감독 책임이 인정돼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은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총경)은 "행정적·도의적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한 현장 경찰관들만이 형사책임을 지는 작금의 현실이 정의에 부합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구 전 청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19일 오후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