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착한 기업이 더 많이, 더 오래 번다"
SK가 최태원 회장(사진)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사회적 가치(SV)’를 금액으로 측정한 결과를 21일 처음 공개했다. SK그룹 16개 주요 관계사는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사장)은 이날 서울 서린동 사옥에서 연 설명회에서 “이제까지 기업의 사회공헌은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어떻게 좋은 일에 쓸 것인가’였다면 사회적 가치는 ‘돈을 얼마나 착하게 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SK가 정의하는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 오염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한 성과’다. 이 위원장은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보다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기업이 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매출과 이익을 더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이라고 말했다.
SK "착한 기업이 더 많이, 더 오래 번다"
SK는 사회적 가치를 크게 경제 간접기여와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등 3대 분야로 나눴다. 경제 간접기여는 기업 활동을 통해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가치로 고용과 배당, 납세 등의 항목으로 측정한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제품·서비스 개발과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로, 환경 문제가 이에 속한다.

SK는 마이너스(-) 실적도 솔직하게 공개했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경제간접 기여로 2조3241억원, 사회공헌으로 494억원을 창출했다. 그러나 공장 가동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등으로 사회에 1조1884억원 규모의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총 사회적 가치 창출 규모는 1조1851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세 항목 합계 9조5071억원을 창출했고 SK텔레콤은 총 1조6709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정적 성과를 내놓는 것에 대해 사내에서 여러 의견이 있었으나 최 회장은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더 고민하자는 차원에서 좋지 않은 결과도 모두 공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SK그룹 관계사들은 앞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임직원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 반영하기로 했다. 강인보 SV위원회 상무는 “기존 KPI는 대부분 재무적 성과로 구성했으나 올해부터는 재무 비중을 절반으로 줄이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 개발과 성과, 환경·안전 부문 기여 등을 평가 때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SK에 따르면 그동안 글로벌 화학기업인 바스프 등 일부 기업이 자체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공표했지만, 제품·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