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주차된 순수 전기 자동차 / 사진=박상재 기자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주차된 순수 전기 자동차 / 사진=박상재 기자
“여기는 전기차 전용 주차공간입니다. 오슬로 시내에도 잘 갖춰져 있어요. 전기차를 타는 데 불편이 없죠. 한국은 어떻습니까?”

지난 13일(현지시간) 찾은 노르웨이 오슬로공항 주차타워는 그야말로 ‘전기차 세상’이었다. 닛산의 신형 리프와 테슬라 보급형 세단 모델 3 등 수십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충전기는 전기차 한 대당 하나씩 초록색 빛을 내며 작동했다.

“이곳을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번째 전기차 시승 장소로 고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이 꺼낸 얘기다.

‘친환경 도시’로 손꼽히는 오슬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많이 팔린다. 올 1분기(1~3월) 등록된 신차 중 전기차는 71.0%에 달했다.

오슬로가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끈 비결은 정부의 적극적인 보급 확대 정책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내연기관차를 사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기차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정부는 1990년부터 차를 구매할 때 내야 하는 세금을 전기차만 면제해 줬다. 실구매가로 따지면 내연기관차 구입 비용이 1000만원 가까이 더 비싸다. 뿐만 아니라 2025년에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는 파격적인 혜택을 줘 전기차를 아무런 제약 없이 타도록 돕고 있다. 오슬로는 대중교통 전용차선 허용, 도심 내 무료 주차, 가정용 충전기 설치비용 지원 등을 통해 일찍이 ‘전기차 시대’를 준비했다.

오슬로는 친환경차를 앞세워 2030년 ‘배기가스 배출량 없는 도시 만들기’를 목표로 내걸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운영 중인 순수 전기 자동차 택시 / 사진=시티 오브 오슬로 홈페이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운영 중인 순수 전기 자동차 택시 / 사진=시티 오브 오슬로 홈페이지
오슬로 중심부를 조금 걷다보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교차로에서 대기 중이거나 내달리는 차를 지나쳐갈 때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 10대 중 7대가 전기차였다.

하이브리드카(HEV) 등을 제외하곤 내연기관차를 만나기 힘들 정도다. 서울 강남 등에서 흔히 보이는 포르쉐 등 고급 스포츠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오슬로의 또 다른 강점은 시내 곳곳에 퍼져 있는 충전 인프라다. 고개를 돌리면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두세 대씩 겨우 주차할 수 있는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날 전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첫 전기차 ‘더 뉴 EQC 시승행사’를 연 벤츠도 노르웨이를 치켜세웠다.

차기 독일 다임러그룹 회장 내정자인 올라 칼레니우스는 “이곳에서 대규모 행사를 연 것은 의도적인 결정”이라며 “오슬로는 수력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만드는 만큼 탄소 중립적이자 진정한 ‘녹색 전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운영 중인 공용주차장 충전시설 / 사진=박상재 기자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운영 중인 공용주차장 충전시설 / 사진=박상재 기자
오슬로=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