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 17일 오후 4시 40분

사상 최대 실적 행진 중인 메리츠종금증권이 공격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기업금융 투자 확대와 전환상환우선주(RCPS) 상환, 배당금 지급 등으로 적잖은 현금이 유출되면서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마켓인사이트] 자본확충 열올리는 메리츠證…왜?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다음달 35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채권 발행이 될 전망이다. 7년물과 10년물로 나눠 각각 1200억원, 2300억원을 조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후순위채는 발행 초기엔 전액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만기가 5년 미만으로 남았을 때부터 자본 인정 금액이 매년 20%씩 줄어드는 채권이다. 발행회사가 파산하면 투자자가 원리금을 돌려받는 순위가 뒤에 있기 때문에 일반 선순위채권보다 금리가 높고 신용도는 낮다. 지난 3월 발행한 21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합치면 올 상반기에만 56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 1분기 사상 최대인 1413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장기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다섯 분기 연속 1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은 악화된 순자본비율(NCR)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NCR은 위험투자 금액 대비 자본 비율로,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대규모 RCPS 발행으로 2016년 말 690%였던 NCR을 2017년 말 1191%로 높였지만 이 지표는 올 1분기 말 659%까지 하락했다.

그동안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동산 담보 대출 등을 비롯한 기업 신용공여를 대폭 늘려왔다. 2017년 말 개별 재무제표 기준 1조7708억원이던 메리츠종금증권의 대출금 규모는 지난 1분기 말 4조2837억원까지 불어났다.

RCPS 상환과 배당으로 적잖은 금액이 유출되고 있는 것도 자본 확충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1300억원어치 RCPS(이자 포함)를 상환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1288억원)와 올해(1393억원) 모두 주주들에게 1000억원 이상을 배당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위험성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자본 확충 속도는 더뎌지고 있는 점이 메리츠종금증권의 재무적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