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현·박민지 등도 '희생양'
우승 후보 줄줄이 예선 탈락
이날 열린 대회 예선 3라운드에선 2번 시드를 받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퀸’ 유소연, 8번 시드를 받은 장하나까지 모두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10번 시드의 박민지와 11번 시드의 이승현도 예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 시즌 상금랭킹 1위이자 3번 시드를 받은 최혜진 역시 덜미를 잡혔다.
대회 주최 측은 우승 후보들이 조기 탈락하지 않도록 2017년부터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기존 64강 ‘녹아웃’ 토너먼트 제도에서 조별리그로 예선 방식을 변경했다. 사흘간 경기를 치러 조 1위가 16강에 진출한다.
올해 A그룹에는 영구시드권자, 롤렉스랭킹 상위자, 지난해 상금순위 상위 선수 등 16명으로 A그룹을 꾸렸다. ‘골프 여제’ 박인비와 유소연, 오지현, 최혜진 등 쟁쟁한 선수들이 이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올해 다시 ‘매치플레이 잔혹사’는 이어졌다.
3조에선 하위 그룹인 ‘D그룹’에서 62번 시드를 받은 김현수가 2승1패로 3번 시드를 받은 오지현을 2위로 밀어내고 16강 무대를 밟았다. 4조에선 36번 시드의 박유나가 3전 전승을 거두며 올해만 2승을 거둔 최혜진(2승1패)을 제압하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5조에선 60번 시드를 받은 박소혜가 2승1패 후 연장전 접전 끝에 조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 톱시더였던 이소영은 1무2패로 고개를 숙였다.
8조에선 57번 시드를 받은 ‘슈퍼 루키’ 조아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조아연은 2승1무의 무패행진을 벌여 8번 시드를 받은 장하나를 최하위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조아연은 “매치플레이는 변수가 정말 많은 경기 방식이기 때문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때로는 공격적으로, 또 때에 따라선 방어적으로 경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상대가 그린을 지키느냐, 놓치느냐에 따라 경기 운영 방식도 변하기 때문에 일단은 멀리 보내 세컨드 샷을 늦게 하는 게 나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장타자가 여러모로 유리하다”고도 했다. 조아연은 올해 244야드를 보내 드라이브 비거리 31위에 올라 있다.
1번 시드의 박인비가 ‘4홀 차 뒤집기’ 드라마를 연출하며 최상위 시더의 체면을 지켰다. 앞서 2승을 거둔 그는 역시 2승을 거두고 온 장은수에게 시작과 함께 첫 4개 홀에서 모두 점수를 내줘 또 하나의 파란을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여제’의 클래스는 달랐다. 15번홀(파4)부터 3홀 연속 버디를 뽑아내는 신기의 버디쇼를 연출하며 결국 승부를 2홀 차로 뒤집었다. 15번홀(파4) 5m, 16번홀(파3) 9m, 17번홀(파4)에서 5m 거리의 중장거리 퍼트를 그대로 홀컵에 꽂아 넣은 ‘내비게이션 퍼팅’이 위력을 발휘했다.
박인비는 18일 16강전에서 김지현(한화)과 맞붙는다. 또 다른 김지현(롯데)도 16강에 올라 박소혜와 맞선다.
9번 시드를 받은 조정민도 연장전 끝에 가까스로 16강에 들며 상위 시드자의 체면치레를 했다. 그는 24번 시드의 ‘베테랑’ 홍란과 나란히 2승1패를 기록한 뒤 연장전에서 진땀승을 거뒀다.
춘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