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서 피부로 느끼는 종목이 알짜다"
“올해 주식시장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를 찾아서 투자하고, 흔들리지 않는 산업에 장기 투자하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한국형 헤지펀드업계의 ‘젊은피’로 주목받는 이재완 타이거자산운용 대표(39·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글로벌 증시의 리스크가 커졌다”며 “자신만의 투자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투자에 나서야 한다면 채권·해외주식은 물론 파생상품·대체투자 등을 통한 투자 다각화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2차전지 투자할 때

이 대표는 “업종의 방향성이 분명한 산업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꼽는 대표적인 산업은 2차전지다. 그는 “2차전지는 매년 40% 성장하는 산업이고 향후 환경 이슈를 봐도 전망이 밝은 분야”라며 “현재는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적 요인으로 주가가 많이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가 어려울 때일수록 성장성을 바라보고 장기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신흥에스이씨, 천보 등 2차전지 종목은 지금이 포트폴리오에 담기 좋은 기회”라고 조언했다.

그는 “단기 수익에 급급하지 말고 자신이 실생활에서 느끼기에 좋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실생활에서 직접 피부로 느끼는 종목을 공부하고 투자하는 게 실패 확률이 적다”고 말했다.

바이오 투자는 조심해야

바이오 종목에 대한 투자는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바이오산업의 전망은 좋지만 기술 전문성에 따른 위험도 따른다는 점을 개인투자자가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 대표는 “바이오 종목은 회사마다 기술이 전문적이라 일반 투자자가 이를 이해하고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무리한 투자에 나서지 말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직원들에게 바이오 업종 종사자 못지않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타이거자산운용은 현재 34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운용·리서치 인력은 총 11명이다. 운용인력들이 한 달에 150회씩 회사 탐방을 가는 것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국내 바이오 상장사는 다 보고 있다”며 “기술 유망성과 주가 변동성에 따라 그룹을 나누고, 그에 맞춰 멀티펀드 및 메자닌 펀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바이오 업체 중 향후 5년 안에 성과를 내는 곳이 있을 것”이라며 “어느 바이오 기업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투자 성패가 크게 갈린다”고 덧붙였다.

연초 이후 13% 수익

타이거자산운용의 핵심 펀드매니저들은 전업 투자자로 시작해 이 대표와 의기투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대표는 학창시절인 2003년 ‘고대 가치투자연구회(RISK)’를 세웠고, 2008년부터 금융투자업계에 종사해왔다. 옛 에셋디자인투자자문 시절부터 함께해온 김권 이사, 4년 전 합류한 김영준 팀장은 모두 15년 정도의 투자 경험이 있다.

이 회사의 대표펀드 ‘타이거 5콤보’는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13.25%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코스피지수가 17.20% 하락한 지난해에도 5.50%의 견실한 수익률을 냈다. 2017년엔 코스피지수가 21.76% 오를 때 38.10% 수익을 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낸 비결로 직원들의 성실성을 꼽는다. 타이거자산운용은 현재 국내 주식 종목만 1500개를 분석하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운용사보다 두세 배 이상 많다. 이 대표는 “가치투자에 나설 때는 숫자뿐 아니라 경영자의 리더십, 기업 문화 등 무형자산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다”며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투자후보 기업들이 그동안 실패한 사례를 깊이 연구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