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그녀에게3 - 이향(1964~)
팔순이 넘은 노모를 데리고 목욕탕에 간 날 이제 뜨거운 것조차 잃어버렸는지 자꾸 춥다 한다 탕 속에서도 춥다, 춥다 하는 그녀 뒤에서 한기가 들어 등으로 뜨거운 물을 퍼 부었다 절절 끓고 있는데 더 깊이 파고드는 노모를 데워줄 방법이 나에겐 없다 탕 안의 그녀는 누군가의 몸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지 태아처럼 웅크린 채 낯선 주문을 외우 듯 춥다, 춥다 하며 그녀는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미 가고 있는 듯했다

시집 《침묵이 침묵에게》 (문학실험실) 中

이 따뜻한 5월의 봄날에도 외투를 껴입은 노인들을 종종 봅니다. 아이는 자다가도 이불을 걷어차는데 말이죠. 아이들의 체온이 성인들의 체온보다 1도 정도 높다고 하지요? 곧 어버이날이네요. 두 볼이 곧잘 뜨거워지던 유년을 이제 막 건너온 이들도 언젠간 뜨거운 것조차 잃어버리는 나이가 되겠지요.

노모를 데워줄 방법이 없는 딸의 마음이 되어 이 시를 가슴에 품어 봅니다. 절절 끓는 뜨거운 물로도 데울 수 없는 추위에 대해 생각합니다. 웅크린 부모님을 두 팔 벌려 껴안고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더 늦지 않은 인사를 해요. 우리.

이소연 <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