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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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노동계를 향해 “과거 노동이 투쟁으로 존중을 찾았다면 앞으로는 상생으로 존중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동계도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자세를 가져달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이런 언급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노총은 현 정부의 친(親) 노동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정부 투쟁과 파업 강도를 연일 높이고 있다.

민노총은 문 대통령의 호소가 있었던 1일에도 선언문을 통해 “재벌의 이윤을 대변하는 정부는 촛불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며 날을 세웠다.

2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국회에서 연 ‘자유민주주의 위기: 진단과 처방’ 세미나에선 민주노총에 대한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은 ‘민주노총의 이기적 횡포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은 대부분 대기업 정규직으로 일반적인 노동자보다 임금이 2배 이상 많다”며 “그런데도 임금 인상 등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투쟁만 반복해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과 고용 보호 수준만 높여 사회적 약자의 노동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민주노총이 자본주의를 비판하지만 그들이야말로 이기적 자본주의의 화신”이라고 꼬집었다. 장 원장은 1970년 전태일 열사 분신 사건의 사회 이슈화를 주도했고 20년 넘게 민주화·노동 운동에 앞장 섰던 인물이다.

시민단체 ‘청년이여는미래’의 백경훈 대표도 “‘민주노총 캐슬’이 청년의 일자리 기회조차 뺏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의 밥그릇 지키기를 상위 0.1% 고소득자의 탐욕을 그린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빗댄 것이다.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 대표는 “민주노총의 활동이 극렬해질수록 청년들의 권익이 약해지는데도 정부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노조의 탈법적 행태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장 원장은 “민주노총은 노동 문제를 풀기 위해 만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불참하며 탄력근로제 개선 등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민주노총 조합원은 근로자의 5%에 불과해 전체 노동자를 대표할 수 없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 등에서 민주노총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운동의 진화가 시급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백 대표는 “4차산업혁명으로 경제·사회 구조가 격변하고 있는데 민주노총은 ‘일은 적게, 돈은 많이, 고용은 길게’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며 “새 시대의 노동운동은 일자리 자체가 없어지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다 같이 상생할 수 있을까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노동계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민주노총, 한국노총 외 새로운 노조를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장 원장도 “노동 속에서 행복을 찾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진정한 노동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