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미선 부부, 300개 종목 수천 번 매매…보유주식 68% OCI株에 '몰빵'
전체 재산의 83%인 35억원 상당을 주식에 투자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의 포트폴리오에는 총 16개 종목이 담겨 있다.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을 받고 있는 이테크건설 삼광글라스뿐 아니라 삼진제약 KSS해운 신영증권 SK텔레콤 한국쉘석유 진로발효 아모레G우선주 메지온 등 다양하다. 2001년부터 주식시장에서 매매한 종목만 최소 300여 개에 이른다. 배당성향이 높은 가치주와 우선주부터 정보기술(IT) 성장주, 엔터주 등 다양한 주식을 수천 번 사고팔았다.

본지는 12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이 후보자 부부의 지난 18년간 주식 매매일지 내역을 입수해 분석했다. 전체 투자 규모와 거래 빈도, 포트폴리오 내용을 보면 일반 ‘개미’라기보단 전업 투자자 수준의 ‘큰손’에 가깝다. 물론 건전한 주식투자라면 나무랄 게 없다. 하지만 주식 전문가들은 이 부부의 투자 내역 중 몇 가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감추지 못한다. 종목별 투자 비중이 특히 그렇다.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이테크건설(17억4596만원·전체 보유주식의 49.2%) 삼광글라스(6억5937만원·18.5%) 등 OCI 계열사 주식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주식투자

이 후보자 남편인 오충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판사로 재직하던 2001년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IT 버블’이 붕괴된 직후였다. 당시 KTF 평안물산 아이즈비전 주성엔지니어링 씨엘인터내셔널 마크로젠 등을 단타로 매매했다. 예를 들자면 아이즈비전에 투자했다가 하루 만에 10%가량 수익을 내고 빠지는 식이었다. 종목당 투자 규모는 수백만원대에서 1000만원 수준이었다.

본격적으로 주식투자를 늘린 건 2004년부터다. 그해 말 25개 종목을 보유했다. 매년 투자 규모와 빈도는 늘어났다. 2007년부터는 전업투자 수준으로 주식 거래를 했다. OCI 계열 주식을 매매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테크건설 삼광글라스 유니드 등 OCI 계열주를 유독 좋아했다. 당시 이테크건설은 5만원대, 삼광글라스는 3만원대였다.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삼광글라스 주가가 1만5000원까지 급락하자 과감하게 저가 매수에 들어가 석 달 만에 30% 이상 수익을 내고 빠지기도 했다.

이테크건설 투자 ‘사랑 or 불륜’

모두 판사 시절 얘기다. 2010년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더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이테크건설을 본격적으로 담은 건 2015년 8월부터다. 주당 15만~16만원에서 사기 시작했다. 주가가 10만원 아래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9개월 동안 20억원어치가량 이테크건설 주식을 담았다. 2017년에도 11월까지 9억원어치 이상 추가로 매수했다. 연말마다 대주주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일부 매도했다가 다시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사들이길 반복했다.

2017년 말부터는 보름 동안 삼광글라스 주식을 주당 4만원대에 7억원어치 가까이 사들였다. 거래정지 직전 주가가 6만원 목전까지 급등했을 때 2억2000만원어치를 이익 실현했다. 이 후보자 부부의 주당 평균 매입단가는 이테크건설 11만4000원, 삼광글라스 3만8300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기존 매도 손익을 감안할 때 전날 기준으로 이테크건설은 15%대 손실, 삼광글라스는 3%대 수익을 내고 있다. 현재는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OCI 유니드 등도 자주 매매했다. 전체 보유주식 35억원어치 가운데 OCI 관련주가 24억원 정도다. 오 변호사는 OCI가 독일 회사로부터 제기당한 특허침해소송을 맡고 있다. OCI 관련주를 둘러싸고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적극 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

오 변호사는 “이테크건설이나 삼광글라스 주식은 오랜 기간 보유해왔는데 일부만 끄집어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건 맞지 않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오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OCI 관련주 비중이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을 놓고선 “한 종목과 사랑에 빠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군장에너지도 있고 이테크건설은 회사 수익이 곧 회복될 거 같고 해서 다른 종목을 팔아가면서까지 그 종목을 사들인 것”이라며 “주식투자할 때 한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하는데 그런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한 운용회사 대표는 “정상적인 분산투자 포트폴리오를 갖춰놓고 실제로는 비정상적인 몰빵 투자를 하고 있다”며 “OCI그룹에 강력한 확신이 있거나 내부 정보를 갖고 있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투자방식”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주식 자체를 죄악시하는 게 아니라 내부자거래 의혹을 불러올 만한 주식 거래여서 문제가 있다”며 “무엇보다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판사가 주식을 전업투자 이상으로 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보유종목을 전량 처분해 6억7196만원가량을 현금화했다고 밝혔다. 이익금은 2518만원 수준이다. 남편 보유주식도 처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진형/고윤상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