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9일 오전 9시17분

LG화학이 해외 투자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린 데 힘입어 한국 민간기업 사상 최대인 15억6000만달러(약 1조7800억원)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글로벌본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돼 유통되는 채권이다. LG화학은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한국 대표 화학회사라는 점과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성장세를 앞세워 해외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마켓인사이트] 1,560,000,000弗…LG화학, 韓 민간기업 사상최대 글로벌본드 발행 성공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15억6000만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을 위해 8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한 수요예측(사전청약)에서 해외 기관투자가 580여 곳이 105억달러(약 12조원)의 ‘사자’ 주문을 냈다. 유로화로 발행되는 4년물(5억유로)에 240여 개 기관이 41억유로, 달러화로 찍는 5년6개월물과 10년물(각각 5억달러)에 총 340여 개 기관이 59억달러의 매수주문을 넣었다. 투자자 수와 매수주문 금액 모두 한국 기업 글로벌본드 발행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LG화학은 이번 글로벌본드를 전액 그린본드 형태로 발행하면서 이 시장에서도 새 역사를 쓰게 됐다. 그린본드는 발행 목적이 친환경 투자로만 한정된 채권이다. LG화학은 전 세계 화학회사 중 최초로 그린본드를 발행했다는 기록을 세움과 동시에 한국 기업 사상 최대 그린본드 발행금액도 경신했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의 최대 그린본드 발행금액은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의 6억달러(약 6800억원)였다. LG화학은 이번 채권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진 국내 대표 우량 화학회사라는 점이 해외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A-’(S&P 기준)로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일곱 번째로 높다. 정부 지원 가능성이 반영된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LG화학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곳은 삼성전자(AA-)뿐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는 전지사업부가 대규모 수주를 쌓으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도 호평받았다. 이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를 제약, 농업 등과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LG화학은 대규모 투자 수요가 몰린 데 힘입어 당초 예상보다 조달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글로벌본드의 발행금리는 모든 만기 구간에서 당초 희망금리 대비 0.3%포인트가량 낮게 결정됐다. 유로화로 발행되는 4년물 금리는 연 0.599%, 달러화로 발행되는 5년6개월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연 3.279%와 연 3.695%로 정해졌다.

정호영 LG화학 사장(COO)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데 힘입어 성황리에 글로벌본드를 발행하게 됐다”며 “앞으로 친환경 사업 투자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