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샤그룹 "500만 조회 영상광고 비결요? 'SNS 덕후' 직원들 덕분"
“하루에 몇 시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에 쓰나요.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SNS 광고는 무엇인가요. SNS 영상에 영향을 받아 구매한 제품엔 어떤 것이 있고, 자신이 왜 그 제품을 구입했다고 생각합니까.”

콘텐츠커머스 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아샤그룹에서 직원을 뽑을 때 하는 질문이다. 이 회사는 채용 과정이 남다르다. 학벌, 학력, 토익 점수, 대기업 근무 여부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SNS 활용 능력만 따진다. 업계에선 아샤그룹이 설립 2년 만에 40억원을 투자받을 만큼 빠르게 성장한 이유 중 하나로 이 회사의 독특한 채용 시스템을 꼽았다.

평균 연령 28세…‘4년제 졸업자’ 절반뿐

아샤그룹 직원은 모두 16명. 이 중 4년제 대학 출신은 절반 정도다. 나머지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거나 전문대만 졸업했다. 평균 연령은 28세. 콘텐츠 제작자만 따지면 평균 26세로 나이가 내려간다.

고학력자가 적고 젊은 집단이지만 성공적인 콘텐츠 광고를 뽑아내는 실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직원 각자가 기획한 콘텐츠를 몇 분씩 돌려보면 “이 정도면 중박은 치겠다” “대박 조짐이 보인다”와 같은 자체 진단이 나온다. 직원들이 ‘SNS 덕후’인 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장면과 카피가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영 아샤그룹 대표(사진)는 “콘텐츠커머스 업계에선 어떤 대학을 나왔고, 얼마나 공부했는지가 무의미하다”며 “전통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뽑았으면 지금처럼 역동적으로 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성초 비누
어성초 비누
아샤그룹의 주력 시장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인스타그램이다. SNS 이용자 취향을 분석해 이들에게 통할 만한 상품을 기획하고, 상품을 홍보할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SNS로 퍼 나르는 게 사업의 핵심이다. 관건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영상이다. 보통 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30개 안팎의 영상을 제작한다. 이 영상들을 SNS에 하나씩 풀면서 반응이 좋은 것을 중심으로 노출을 늘리는 전략을 쓴다.

‘셀로몬 발각질 제거제’와 ‘어성초 비누’ 등을 히트상품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콘텐츠 마케팅의 힘이었다. 발각질 제거제는 가장 많이 노출된 영상 조회수가 500만 건에 이른다. 실제 판매까지 연결된 사례는 30만 건이었으며 총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어성초 비누는 SNS 이용자 사이에서 ‘등드름 비누’로 불리며 유명해졌다. 등에 난 여드름을 제거하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의미다.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다양한 이용후기가 쏟아져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50만 개 이상 제품이 팔려나갔다.

아샤그룹 "500만 조회 영상광고 비결요? 'SNS 덕후' 직원들 덕분"
주 39시간 근무…오후 5시 이후 ‘음주자유’

아샤그룹은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일반 스타트업과 구분된다. 주 39시간 근무가 원칙이며 사유서를 내지 않으면 야근이 불가능하다. 오후 5시 이후엔 자유롭게 술을 마시며 일할 수 있다.

이 대표는 “1030세대를 타깃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업무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아샤그룹 특유의 분위기가 업무 효율성과 콘텐츠 질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SNS 덕후였던 직원들이 ‘브랜드 전문가’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인기제품을 기획하고 관련 영상을 제작하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각인될 브랜드를 개발하고 이끌어나가는 역량까지 갖췄다는 의미다. 화장품 브랜드 ‘아비셀’, 생활용품 브랜드 ‘셀로몬’ 등 아샤그룹의 4개 브랜드도 직원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아샤그룹은 지난해 20억원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최근 20억원을 추가로 유치했다. 2017년 2월 설립 후 2년여 만의 성과다. 올해 말에는 흑자 전환을 바라보고 있다.

해외사업도 시작했다. 지난달 태국에 상품을 수출하기 시작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홍콩 쇼핑몰에도 입점한다. 이를 위해 올초부터 영문 자막을 입힌 광고 영상을 해당 국가 SNS 이용자에게 노출하고 있다.

아샤그룹은 기존 업체가 하는 방식을 무작정 따라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론이 있다. 이 대표는 “아직도 많은 콘텐츠기업이 ‘하나만 걸려라’란 생각으로 마구잡이로 상품을 늘어놓는다”며 “레드오션(포화시장)을 벗어나려면 남다른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