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강원 원주 공군 제8전투비행단(8전비), 길이 9000ft(약 2.7㎞)의 활주로에 세워져 있던 경공격기 FA-50 1대가 고막을 뚫을 듯한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하늘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날아올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국산 전투기의 이륙 모습은 우아했다.
[르포] 공군 8전투비행단 "국산 전투기로 영공 지킨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지난 3일 오후 국산 항공기를 운용해 최전방 영공을 방위하는 8전비를 방문했다. FA-50 40여 대와 KA-1 전술통제기 20여 대 등 국산 항공기로만 구성된 국내 첫 번째 전투비행단이다. KAI의 고등훈련기 T-50을 에어쇼 용으로 개조한 T-50B를 운용하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 이글스’의 기지도 이 곳에 있다.

FA-50은 T-50을 기반으로 개발된 전투기다. 최대속도는 마하 1.5, 최장 체공시간은 2시간이다. 주요 무장무기는 AIM-9 공대공유도탄과 AGM-65G, JDAM, KGGB 등 공대지유도탄이며 공대공 및 공대지 임무를 맡는다. 전술통제기인 KA-1은 12.7㎜ 기관포와 2.75인치 공대지 로켓으로 무장한 KA-1은 지상군에 화력을 지원하는 공군의 CAS(근접항공지원) 작전에 투입되며, 적 특수작전부대의 침투를 저지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르포] 공군 8전투비행단 "국산 전투기로 영공 지킨다"
8전비는 1979년 8전술통제비행단으로 창설됐다가 1988년 지금의 8전투비행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현재 8전투비행단에는 237전술통제비행대대, 103전투비행대대, 203전투비행대대가 있다. 2012년 12월 KA-1을 운용하는 237전술통제비행대대가 15전투비행단에서 8전투비행단으로 소속이 변경됐다. 2013년부터 KAI가 FA-50을 공군에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그해 103전투비행대대가, 2005년에는 203전투비행대대가 각각 운용 기종을 F-5에서 FA-50으로 변경했다. 237전투비행대대는 지난해 12월 20일 16만시간 무사고 비행기록을 달성했다.

FA-50은 중앙방공통제소(MCRC)로부터 예상 기종 등 적의 정보를 받고 가상모드를 통해 기총 및 기동 훈련 등을 한다. 상대 기종이 우위에 있을 경우 대처나 근접전(Dog-fight) 경험 등을 통해 조종사 기량을 향상시키는 게 이 훈련의 목적이다. 실제 훈련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강도가 높다.
각 기종별 가상 시뮬레이터 지상훈련도 매일 이뤄진다. 조종사들은 대형 돔 형태의 시뮬레이터에서 실제 전투기와 똑같이 생긴 가상 콕핏(cockpit)에 앉아 비행 절차와 기술, 기상 악화와 갑작스러운 기기결함 발생 등 각종 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했다.
[르포] 공군 8전투비행단 "국산 전투기로 영공 지킨다"
지상 격납고에선 정비사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8전비 정비 격납고에선 비행시간 200시간을 기록한 항공기들에 대한 주기 검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도 FA-50과 T-50B, KA-1 등의 정비가 진행됐다.

가장 긴장감이 감도는 곳은 비상대기실이었다. 이 곳은 365일 24시간 운영된다. 조종사들은 4명이 1조로 4교대로 움직인다. 만일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적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경기 오산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가 8전비에 명령하고, 전투조종사들은 8분 내 출격해야 한다. 언제 지시가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비상대기실 근무 땐 전투복을 입은 채 대기실을 밤을 새워 지켜야 한다. 화장실에 갈 때도 보고해야 한다.
[르포] 공군 8전투비행단 "국산 전투기로 영공 지킨다"
비상대기 임무를 수행한 장현택 대위(32)는 “FA-50 전투기의 최신화된 항전장비와 데이터링크 능력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장상황을 인식하고 표적을 획득해 효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며 “우리 손으로 만든 우수한 국산 항공기로 비행훈련을 받고 조국 영공방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창규 제8전투비행단장(준장)은 “공군은 우리 군과 국가안보의 핵심전력”이라며 “영공 방위에 이상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주=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