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강원도 고성 산불과 관련해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현장을 찾는다.이 총리는 이날 오전 8시 30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상황실에서 세종-서울 영상회의를 열어 관계 장관들과 화재 진화 대책과 지역 주민들에 대한 정부 지원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이 총리는 회의가 끝난 후 곧바로 고성군 토성면사무소로 이동해 오전 11시 40분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최문순 강원지사 등과 만나 현장 상황을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이 총리는 전날 오후 10시께 긴급지시를 통해 관계기관에 조속한 화재 진화를 주문하고 주민대피에 만전을 기하라고 밝혔다.소방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17분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부근 변압기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불은 이후 산으로 옮겨붙었다.소방청은 오후 9시 44분을 기해 대응 수준을 2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3단계로 끌어올렸다.화재 대응 1단계는 국지적 사태, 2단계는 시·도 경계를 넘는 범위, 3단계는 전국적 수준의 사고일 때 발령한다.정부와 산림당국은 이날 날이 밝자 산불이 난 동해안 지역에 진화 헬기 45대와 진화 차량 77대, 1만3천여 명의 인력을 대거 투입, 진화에 나선 상황이다./연합뉴스
강원도 고성·강릉·인제 지역을 덮친 산불로 큰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번 산불은 확산 속도와 양상에서 최근 몇 년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를 휩쓴 대형 산불과 유사한 면이 발견되고 있다.고성군에서 시작된 이번 산불은 속초, 강릉, 동해로 번지며 급속도로 피해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5일 새벽 현재 삼림당국이 파악한 산불 피해 지역은 385㏊로 여의도 면적(290㏊)을 크게 웃돈다.축구장 면적(7천140㎡)의 539배에 달한다.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주 재난사상 최대 인명피해(89명)를 낸 초대형 산불 캠프파이어는 소실 면적이 6만2천53㏊로 현재 강원 산불 피해지역의 160배 정도다.한국과 미국의 지형을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지만, 산불이 번지는 양상은 비슷하다.기상당국이 고성군에 강풍경보를 내린 뒤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을 타고 산불이 빠른 속도로 번졌다.5일 오전에는 강풍이 초속 15m 정도로 약해진 상태다.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인근에서 발화한 캠프파이어도 시속 80~90㎞ 이상의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피해를 키웠다.초속으로 바꾸면 22~25m 정도로 강원 산불에 분 바람 세기와 비슷하다.미 서부 지역에는 샌타애나 강풍으로 불리는 바람이 산불을 확산하는 주된 에너지가 된다.강원도와 미 서부는 해안선이 놓인 방향이 반대일뿐 동고서저의 지형에다 고온 건조한 바람이 산맥을 따라 아래로 분다는 공통점이 있다.미 서부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온 건조한 강풍이 산불 피해를 키워왔다.현재 동해안 지역은 대기가 매우 건조해 진화를 어렵게 하는 상황이다.소방인력은 1만3천여 명이 투입된 상태다.지난해 캘리포니아 산불 당시에도 1만8천여 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된 바 있다.지난 2017년 미국 남서부를 휩쓴 토머스파이어는 한 달 넘게 불이 진화되지 않으면서 11만㏊ 이상의 면적이 불에 탔다.당시에도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불어 소방당국의 진화를 어렵게 했다./연합뉴스
교동 아파트단지 일대 밤새 화마와 사투…불면의 밤 지샌 주민들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불길은 금세 아파트 앞까지 다다랐다.화염과 건물의 거리는 채 30m도 되지 않았다.소방대원은 물론 아파트 관리인들까지 건물 소화전에서 물을 끌어와 불길을 향해 쏘아댔다.불은 거센 기세를 쉽게 잃지 않았다.다행히도 속초 교동의 아파트로 향하던 바람이 제 몸을 살짝 틀어 불길도 함께 방향을 바꿨다.주민들은 필사적으로 물을 뿌렸다.그렇게 자정을 넘기고 5일 새벽이 돼서야 아파트단지를 향하던 불길은 사그라들었다.대피 안내 문자를 받은 주민들은 부랴부랴 짐을 꾸렸다.차량으로 향하면서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뒤를 돌아봤다.주차장은 이내 텅 비었다.하지만 대피소로 향하는 길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차량 불빛은 꼬리를 물고 교동초등학교로 향했다.딸과 함께 대피소로 향하던 최모(44)씨는 "저녁에 뉴스를 보면서 '설마 속초까지 불길이 올까' 했는데 방금 대피문자 받고 가족과 함께 대피소로 간다"며 "부디 아무도 다치는 사람 없이 불이 꺼져 내일 아침에는 집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아파트에서 불과 1㎞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또 다른 사투가 벌어졌다.도시가스 공급업체와 액화석유(LP)가스 충전소 인근까지 산불이 내려온 것이다.불길을 잡지 못하면 자칫 대형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소방대원들은 필사적으로 진화 작업을 펼쳤다.다행스럽게도 불길은 사그라들었다.그렇게 속초는 불면의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날이 밝자 처참한 화재의 흔적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만개한 벚나무와 병풍처럼 둘러 아파트를 지키던 잣나무들은 검게 그을렸다.울타리 너머 뒷동산은 잿더미로 변했다.대피소를 빠져나온 주민들은 다시 아파트로 향했다.어린이들은 추위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발걸음을 옮겼다.주인 따라 대피했던 강아지도 꼬리를 흔들며 집으로 향했다.몇몇 주민들은 쉬이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검게 타버린 숲을 바라봤다.곳곳에서 나는 헬기 소리가 하늘을 채웠다.헬기는 낮고 분주히 움직였다.진화율은 이제 절반을 넘겼다.전날부터 고성과 속초를 집어삼킨 불길은 여의도 공원과 맞먹는 250㏊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