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러 교수 "美 국채 금리 역전이 침체 징후? 오버하지 마라"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사진)가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이 경기 침체 지표로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에선 미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것이 미국 경기 침체를 알리는 징후인지를 놓고 큰 논란이 벌어졌다.

실러 교수는 지난 29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수익률 곡선이 지표로서 과대평가됐다고 생각한다”며 “예측 성공 가능성이 과거보다 다소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률 곡선에 대한 신뢰의 상당 부분은 이른바 ‘데이터 마이닝’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대규모 데이터를 가공함으로써 새롭게 찾아낸 지표라는 뜻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미 중앙은행(Fed)이 지난 20일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한 영향으로 지난주 연 2.34%까지 급락했다.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시장 관측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ed가 경기 판단에 대한 인내를 강조하면서 3개월물 금리는 그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3개월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29일 3개월물 금리는 연 2.403%까지 떨어지고 10년물 금리는 연 2.407%로 올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닷새 만에 해소됐다.

하지만 시장에선 1950년 후반 이후 10년물 금리가 3개월물을 밑돈 7번 모두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러 교수는 이를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침체를 겪었느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익률 곡선 역전이 과거 7번의 침체에 앞서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흥분하기엔 사례가 너무 적다는 의미다.

실러 교수는 “과거엔 10년물 금리에서 3개월물 금리를 뺀 수익률 곡선 추이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이자율이 역전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하나의 지표에 대한 과잉반응”이라고 말했다.

랜들 퀄스 Fed 부의장도 이날 “수익률 곡선 역전이 특별히 심각한 신호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금리 인상 등 Fed의 긴축 사이클로 인해 수익률 곡선 기울기가 평평해졌고 (확장적 통화 정책의 결과인) 대규모 대차대조표가 장기 국채 금리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