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항공, 정식당 임정식 셰프와 손잡아
싱가포르항공은 ‘하늘 위 미식(美食) 전쟁’에서 선두 주자로 꼽힌다. 1998년부터 항공 업계 최초로 기내식을 탑승 전 미리 예약할 수 있도록 한 ‘북더쿡’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이달부터는 한국인 최초 미쉐린 별 두 개를 받은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와 손잡고 기내에서 한식을 내놓고 있다. 임 셰프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해 특유의 창의적 기법이 담긴 요리를 개발했다. 인천을 출발하는 노선의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 등 모든 좌석에서 임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한식 다이닝 콘셉트 기내식
퍼스트 클래스에선 애피타이저로 바삭한 김부각을 곁들인 묵 탕평채가 나와 미각과 식욕을 북돋는다. 메인 요리로 무와 두부를 곁들인 은대구 요리와 쌀밥 또는 한국식 고추장 뵈르블랑 소스를 곁들인 랍스터구이, 매생이 바지락죽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디저트로는 옥수수 무스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유자 드레싱과 어린잎 채소를 곁들인 그릴 황새치 또는 훈제 치즈 소스에 버섯과 베이컨, 비네그레트를 곁들인 수란 요리가 애피타이저 제공돼 입맛을 돋운다. 메인 요리로는 다양한 반찬들과 쌈이 곁들여진 바싹 보쌈이나 밤 당근 무 만가닥버섯을 곁들인 그릴갈비와 쌀밥 또는 그릴 참치 뱃살 비빔밥 등의 메뉴가 구성된다.
임 셰프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와 이코노미석 승객들을 위해 들기름 비빔밥 메뉴도 개발했다. 디저트로 나오는 옥수수 무스 케이크와 당귀 푸딩 같은 독특한 메뉴도 임 셰프만의 레시피로 만든 것들이다. 임 셰프는 “내 이름(정식)처럼 건강을 챙기면서도 다양한 글로벌 입맛에 맞는 한정식을 통해 한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메뉴를 개발하고자 했다”며 “기내에서 한식을 처음 맛보는 이들에겐 감동을 주고, 한국인에게는 고국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식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셰프들의 요리를 미리 주문
싱가포르항공은 지난달 21일 ‘미래의 맛(A Taste of the Future)’이라는 주제로 ‘2019 월드 고메 포럼’을 열고 세계적인 셰프들과 와인 컨설턴트들이 모여 새로 기획한 기내식을 소개했다. 싱가포르항공의 ‘국제 요리 자문단’은 미국 알프레드 포테일, 이탈리아의 카를로 크레코, 프랑스의 조르주 블랑, 일본 요시히로 무라타, 중국 츄 준 셰프 등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최정상급의 셰프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계절에 맞는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리면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프에 기본 재료인 크림과 버터 대신 올리브오일을 쓰고, 소스에 들어가는 물엿은 통보리, 수수, 프리케 등으로 대체하는 식이다.
올해 월드 고메 포럼에서는 버섯과 오징어, 완두콩, 아스파라거스 등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노선별 새 메뉴를 소개했다. ‘된장이 가미된 노른자와 섬광 오징어, 아스파라거스, 오징어와 죽순을 곁들인 훈제 연어 트리오’(요시히로 무라타 셰프), ‘제철 채소를 사용한 스프링 게살 고기 만두’(츄 준 셰프), ‘훈제 체스트넛, 헤이즐넛과 패션프루트를 곁들인 렌틸콩’(칼로 크라코 셰프), ‘알레포, 부추 꽃과 크림 프레시를 곁들인 냉고추 수프’(수잔 고인 셰프), ‘모렐 폴렌타, 호박, 아스파라거스와 구운 닭가슴살’(조르주 블랑 셰프) 등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메뉴들이 공개됐다. 이렇게 개발된 메뉴들은 오는 9월부터 스위트,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를 중심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싱가포르항공은 5월부터 퍼스트, 비즈니스 클래스뿐 아니라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고객에게도 기내식 메인 요리 사전 주문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고객들은 싱가포르항공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출발 3주 전부터 24시간 전까지 기내식 메인 메뉴를 미리 신청할 수 있다.
싱가포르=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