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이상조짐에 "금융시장에 과잉반응 않는다" 관망
"중립금리 근접" 되풀이…새 지명자는 0.5%p 인하 촉구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사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는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부인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묻는 말에 "장단기 금리 역전에서 특정 수준의 강도와 지속도가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만큼 금융시장의 신호가 아직은 심각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끝냈으며 인하에 들어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예상이 점점 더 많이 반영되고 있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제조업 지표 악화에 미국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의 금리가 2007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는 기현상도 빚어졌다.

장단기 금리의 축소나 역전은 1∼2년 후 경기후퇴(국내총생산의 일정 기간 감소)를 예고하는 흉조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캐플런 총재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지속성을 입증하려면 몇주가 아니라 몇 달 동안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몇 달 동안 지속되면 그때는 다른 문제로 봐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그런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불황의 전조로 받아들여지지만, 경기후퇴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요소는 아니라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금리 역전이 연준 통화정책의 다음 단계가 기준금리 인상이 아닌 인하라는 금융시장의 추측을 더욱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캐플런 총재는 최근 장단기 금리의 역전에 경제성장이 예상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채권 투자자들의 예상이 반영됐다며 그런 관측이 옳은지 가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은 매우 빨리 변할 수 있는 까닭에 나는 금융시장이 얘기하는 것들에 과대해석을 내놓거나 과잉조치를 취하지 않으려고 언제라도 조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데일리 총재는 "나는 흥분하지 않는다"며 "기업과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흥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채권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일면서 장기채를 중심으로 안전자산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미국, 독일 국채 등으로 몰리고 있다.

그 때문에 장기 국채의 가격이 뛰어올라 금리(수익률)가 점점 낮게 형성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준금리 인하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CME그룹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까지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6월 회의 때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62%까지 치솟았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만약에 연준이 예상하는 것보다 경제성장이 악화한다면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난 25일 밝힌 바 있다.

연준 이사들은 최근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경제성장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하면서 대다수가 올해는 기준금리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확인했다.

에번스 총재는 외환위기 전인 1997년에도 정책입안자들이 현재와 유사한 관망 기조를 유지하다가 1998년 위기 때 단기간에 급격히 기준금리를 인하한 사례를 소개했다.

캐플런 총재는 현재 2.25∼2.5%인 기준금리가 경제성장을 촉진하지도 억누르지도 않는 중립금리에 근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가 완화적이지도 긴축적이지도 않다고 본다"며 "긴축적이라고 한다고 쳐도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 지명한 스티븐 무어 연준 이사 후보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연준이 즉각 정책 기조를 바꾸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4차례 인상하자 미국 경제를 해치는 비이성적 결정이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