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등 빌려 축하객들 초청
축가 부르고 축의금도 받아
직장인 한정아 씨(34)는 최근 서울 근교 카페 하나를 빌려 ‘비혼식(非婚式)’을 올렸다. 부모 친지를 포함해 50여 명의 하객을 모시고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고 서약한 것이다. 한씨의 비혼식은 성혼선언문 대신 비혼선언문을 낭독한 것 외에 여느 결혼식과 다를 바 없었다. 한씨의 초청을 받은 지인이 식장에서 축가를 불렀고 하객들은 축의금을 내고 단체사진도 찍었다.
비혼을 선택하는 2030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비혼식’을 여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관련 수요를 겨냥한 신규 서비스 상품들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청원휴가나 경조금 등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비혼식 확산은 비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엷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달 발표한 ‘혼인 이혼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미혼 남녀 1000명 가운데 비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52.5%)을 차지했다. 한씨도 비혼식을 연 이유에 대해 “비혼이 스스로 내린 당당한 결정이고, 축하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동료·지인에게 낸 축의금을 돌려받기 위한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롯데멤버스가 지난 26일 2030 남녀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비혼식을 할 의향이 있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105명 가운데 ‘축의금을 회수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은 24.8%로 ‘결혼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45.7%)’ 다음으로 많았다. 직장인 주모씨(37)는 “그동안 낸 축의금만 합쳐도 중고차 한 대값”이라며 “40세가 될 때까지 결혼을 안 한다면 비혼식이라도 열어서 그동안 남의 결혼식에 냈던 돈을 돌려받고 싶다”고 했다.
혼인율 급감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웨딩업계도 ‘비혼족 모시기’에 적극적이다. 자신의 꽃다운 시절을 사진으로 남겨 영원히 추억할 수 있도록 하는 ‘싱글 웨딩 촬영’이 대표적이다. 일반 웨딩 촬영과 마찬가지로 전문업체에서 대여한 웨딩드레스나 턱시도를 입고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도 받는다. 서울 마포구에서 웨딩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임모 대표(39)는 “2~3년 전부터 싱글 웨딩 촬영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며 “혼자 찍다 보니 촬영이 수월하고 스케줄 조정도 쉬워 일반 웨딩 촬영의 반값인 50만원 안팎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혼식을 여는 직원에게 사내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영국계 화장품 회사인 러쉬코리아는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도 결혼 축의금과 유급휴가 등 복지 혜택을 동등하게 지원한다. 또 결혼 후 출산한 직원에게 지급하는 월 5만원가량의 육아수당 역시 반려동물을 입양해 키우면 똑같이 제공하기로 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