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막판 짜릿한 '뒤집기쇼'…K골프 '파죽의 시즌 4승'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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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 4타차 역전 우승
마지막날 7언더파 몰아쳐
13개월여 만에 통산 3승
마지막날 7언더파 몰아쳐
13개월여 만에 통산 3승
“작년 데뷔전 우승 이후 자신감을 많이 잃어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이제 (자신감이) 다시 올라왔다고 느꼈는데, 놀라워요.”
‘아이언 걸’ 고진영(24)이 활짝 웃었다. 25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달러)에서다. 평소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행복한 골프’로 시즌 첫 승이란 값진 선물을 받아들었다.
4타 뒤집은 첫 역전승…본토 무대 적응
고진영은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파72·665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를 7언더파 65타로 마쳐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 고진영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일에 나서 막판에 승부를 뒤집었다. LPGA투어 본토 대회 첫 우승이자 자신의 투어 첫 역전승이란 기록도 동시에 썼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 류위(중국),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제시카 코르다와 넬리 코르다(이상 미국) 자매가 고진영에게 1타 뒤진 2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고진영은 2017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둬 LPGA투어에 무혈입성했다. 지난해 2월에는 데뷔전인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67년 만의 신인선수 데뷔전 우승’이란 대기록을 작성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우승 가뭄에 시달리다 이번에 시즌 첫 미국 본토 대회에서 13개월여 만에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고진영은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는 최종일 선두를 끝까지 지켜냈고, 호주에서는 4라운드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했는데, 이번에는 첫 역전승까지 올려 다양한 상황에서 우승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대다수 대회가 몰려 있는 본토 대회 우승으로 코스와 날씨, 음식, 영어 등 현지 분위기 적응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고진영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행복하게 경기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보기를 범하지 않고 우승까지 해 기쁘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15타를 줄였다. ‘사이클링 버디’로 승부 뒤집어
막판 집중력이 좋았다. 전반에 3타를 줄이며 선두와의 격차를 3타로 줄인 고진영은 14번(파3), 15번(파5), 16번(파4)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는 ‘사이클링 버디’를 완성하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펑산산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LPGA 챔피언을 노렸던 류위의 반격도 매서웠다. 15번홀 프린지의 공을 홀에 집어넣어 고진영과 공동 선두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세계랭킹 71위인 류위의 첫 승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긴장감이 컸던 탓인지 마지막홀 두 번째 샷이 그린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고, 어프로치샷마저 홀을 5m가량 지나쳤다. 회심의 마지막 퍼팅은 홀을 훑어내듯 오른쪽으로 살짝 비껴갔다. 연장에 대비해 연습그린에서 몸을 풀고 있던 고진영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기술, 체력, 멘탈까지 ‘고~고~’
고진영은 정교함이 강점이다. 지난해 아이언 정확도가 1위, 드라이브샷 정확도가 2위였다. 올해도 이 부문에서 각각 3위, 19위로 날을 세운 그는 이번엔 체력까지 끌어올렸다. 고진영은 지난달 싱가포르 대회 이후 휴식을 취한 대다수 골퍼와 달리 미국으로 곧바로 건너가 체력과 쇼트게임 보완에 집중했다. 고진영의 비거리는 올해 260야드대로 지난해보다 10야드가량 늘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평균 261야드를 기록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의 ‘무덤덤한’ 경기 스타일을 벤치마킹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는 “안 좋은 샷이 나와도 화를 내지 않는 그를 따라 해보려 했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처음 시도한 ‘깃대퍼팅’도 한몫했다. 그는 “깃대를 꽂으면 라인이 더 섬세하게 보여 퍼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LPGA투어는 물론 PGA투어에서 깃대퍼팅을 주로 하는 선수가 우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8번홀(파4)까지 3타를 줄이며 우승경쟁을 하던 박성현은 9번홀(파4)에서 티샷과 세컨드샷 실수가 이어지며 더블보기를 내준 뒤, 보기 3개를 추가로 범하며 무너졌다. 3라운드 공동 4위였던 순위는 공동 14위(15언더파)로 미끄러졌다. 1년여 만에 투어에 돌아온 최나연(32)이 12언더파 공동 27위,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31)가 11언더파 공동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들은 올시즌 3개 대회 연속 우승 등 6개 대회에서 4승(지은희, 양희영, 박성현, 고진영)을 쓸어 담으며 시즌 초반 강세를 이어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아이언 걸’ 고진영(24)이 활짝 웃었다. 25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달러)에서다. 평소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행복한 골프’로 시즌 첫 승이란 값진 선물을 받아들었다.
4타 뒤집은 첫 역전승…본토 무대 적응
고진영은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파72·665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를 7언더파 65타로 마쳐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 고진영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일에 나서 막판에 승부를 뒤집었다. LPGA투어 본토 대회 첫 우승이자 자신의 투어 첫 역전승이란 기록도 동시에 썼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 류위(중국),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제시카 코르다와 넬리 코르다(이상 미국) 자매가 고진영에게 1타 뒤진 2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고진영은 2017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둬 LPGA투어에 무혈입성했다. 지난해 2월에는 데뷔전인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67년 만의 신인선수 데뷔전 우승’이란 대기록을 작성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우승 가뭄에 시달리다 이번에 시즌 첫 미국 본토 대회에서 13개월여 만에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고진영은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는 최종일 선두를 끝까지 지켜냈고, 호주에서는 4라운드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했는데, 이번에는 첫 역전승까지 올려 다양한 상황에서 우승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대다수 대회가 몰려 있는 본토 대회 우승으로 코스와 날씨, 음식, 영어 등 현지 분위기 적응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고진영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행복하게 경기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보기를 범하지 않고 우승까지 해 기쁘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15타를 줄였다. ‘사이클링 버디’로 승부 뒤집어
막판 집중력이 좋았다. 전반에 3타를 줄이며 선두와의 격차를 3타로 줄인 고진영은 14번(파3), 15번(파5), 16번(파4)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는 ‘사이클링 버디’를 완성하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펑산산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LPGA 챔피언을 노렸던 류위의 반격도 매서웠다. 15번홀 프린지의 공을 홀에 집어넣어 고진영과 공동 선두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세계랭킹 71위인 류위의 첫 승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긴장감이 컸던 탓인지 마지막홀 두 번째 샷이 그린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고, 어프로치샷마저 홀을 5m가량 지나쳤다. 회심의 마지막 퍼팅은 홀을 훑어내듯 오른쪽으로 살짝 비껴갔다. 연장에 대비해 연습그린에서 몸을 풀고 있던 고진영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기술, 체력, 멘탈까지 ‘고~고~’
고진영은 정교함이 강점이다. 지난해 아이언 정확도가 1위, 드라이브샷 정확도가 2위였다. 올해도 이 부문에서 각각 3위, 19위로 날을 세운 그는 이번엔 체력까지 끌어올렸다. 고진영은 지난달 싱가포르 대회 이후 휴식을 취한 대다수 골퍼와 달리 미국으로 곧바로 건너가 체력과 쇼트게임 보완에 집중했다. 고진영의 비거리는 올해 260야드대로 지난해보다 10야드가량 늘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평균 261야드를 기록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의 ‘무덤덤한’ 경기 스타일을 벤치마킹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는 “안 좋은 샷이 나와도 화를 내지 않는 그를 따라 해보려 했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처음 시도한 ‘깃대퍼팅’도 한몫했다. 그는 “깃대를 꽂으면 라인이 더 섬세하게 보여 퍼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LPGA투어는 물론 PGA투어에서 깃대퍼팅을 주로 하는 선수가 우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8번홀(파4)까지 3타를 줄이며 우승경쟁을 하던 박성현은 9번홀(파4)에서 티샷과 세컨드샷 실수가 이어지며 더블보기를 내준 뒤, 보기 3개를 추가로 범하며 무너졌다. 3라운드 공동 4위였던 순위는 공동 14위(15언더파)로 미끄러졌다. 1년여 만에 투어에 돌아온 최나연(32)이 12언더파 공동 27위,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31)가 11언더파 공동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들은 올시즌 3개 대회 연속 우승 등 6개 대회에서 4승(지은희, 양희영, 박성현, 고진영)을 쓸어 담으며 시즌 초반 강세를 이어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