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이후 4년 8개월 만에 18일 철거…내달 12일 재공개18일 오전 철거를 앞둔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은 5년간 이곳을 지킨 세월의 더께가 그대로 묻어났다.전날 미수습자와 이미 가족 품으로 돌아간 이들을 제외한 289명의 영정이 천막을 떠나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에 임시로 옮겨진 터라 이날 분향소 모습은 한층 쓸쓸했다.영정이 나란히 붙어있던 천막은 노란 벽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영정의 액자 모양을 따라 쌓인 먼지 때문에 네모반듯한 자국이 벽면 곳곳에 남아있었다.유족들이 분향소를 지킨 기나긴 시간을 보여주듯 천막 안에는 담요와 방석, '주방용품'이라 적힌 서랍장 등이 눈에 띄었다.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피켓 같은 각종 선전물이 천막 한편에 쌓여있었고, 곳곳에 '잊지 말자 0416(세월호 참사 날짜)', '국회는 공수처를 설치하라', '진실을 인양하라' 등의 스티커가 붙어있었다.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취재진은 이날로 사라질 세월호 천막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일부 세월호 유족들도 현장에 나와 광화문에서의 치열했던 기억을 갈무리하는 한편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재차 촉구했다.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측은 현장에서 '검찰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국정원과 기무사를 즉각 수사하라', '박근혜 7시간 공개를 거부한 사법부를 즉각 탄핵하라' 등이 적힌 대형 팻말을 들고 나왔다.오전 10시 30분 서울시가 철거를 위해 투입한 30여명의 인부가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됐다.철거는 여느 현장과 다를 바 없었다.인부들은 도착 직후 현장 접근을 막기 위한 안전 펜스를 치고는 곧바로 일사불란하게 작업에 들어갔다.인부들은 분향소 구조물과 천막 등을 걷어내고 폐자재를 한꺼번에 모아 치우는 순서로 작업을 처리할 예정이다.서울시는 최종 철거까지 4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이날 오후 5년 전의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올 광화문광장에는 이후 79.98㎡ 규모의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조성된다.기억·안전 전시공간은 기존 천막의 절반 규모로, 2개의 전시실과 시민참여공간, 진실마중대 등으로 구성된다.서울시는 전담직원을 지정해 전시공간을 직접 운영하되 유가족, 자원봉사자와 협력해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기억공간은 참사 5주기(4월16일)를 앞두고 다음달 12일 공개된다.세월호 유족 측은 "5년 전 이곳은 우리에게 그저 광화문 광장이었지만, 지금은 기억의 광장, 연대의 광장, 촛불 시민의 광장이 됐다"며 "우리 아이들 예쁘게 단장하고 다시 돌아올 그날 따듯하게 맞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연합뉴스
1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곳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 안에 안치된 289개의 희생자 영정을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시청으로 옮기는 ‘이운식’이 열렸다. 고인의 넋을 달래는 진혼식도 거행됐다. 추모공간의 역할을 했던 세월호 천막들은 18일 모두 철거된다.19일부터는 그 자리에 들어설 세월호 참사 추모시설인 ‘기억·안전 전시공간’ 조성 공사가 시작된다. 목조건물로 지어지는 이 시설물은 대지 면적 79.98㎡로, 기존 세월호 천막의 절반 규모다. 내부에는 추모공간과 시민참여공간 등이 들어선다. 다음달께 공사를 완료하고 외부에 공개된다.하지만 이 시설물은 광화문광장 리모델링이 시작되는 올해 연말께 또다시 철거될 수밖에 없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행 광화문 재구조화 계획에는 세월호 참사 추모공간이 담겨 있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월호 추모공간을 새롭게 조성될 광화문광장에 추가한다손 치더라도 일단 공사를 하려면 지금 설치되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은 다시 철거해야 한다”며 “전시공간은 우선 올해 말까지 운영하고 이후 계획은 유가족 측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서울시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치를 보느라 달랑 8개월짜리 시설물 설치에 시민들의 세금을 투입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의 설치 운영을 위해 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번 시설물은 서울시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간 협의 끝에 나온 절충안이라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유가족 측은 기억·안전 전시공간을 상설 시설물로 설치하자고 요구해 왔다.이날 이운식을 지켜보던 시민 김모씨(30)는 “정 추모공간을 유지해야 한다면 광화문 재구조화 공사 때까지는 천막을 그대로 놔두는 게 맞지 않느냐”며 “어차피 철거할 시설물을 혈세까지 투입해가며 다시 짓는 이유를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같은 비판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가 사회적으로 갖는 의미가 큰 점을 고려해 내린 정책적 판단”이라고 해명했다.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