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서 ‘K푸드’는 보복성 제재 이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을 제외하면 다른 식품회사들은 중국 매출이 제재 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양새다.오리온에 따르면 이 회사 중국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933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사드 제재 전인 2016년(1조3460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2017년(7948억원)과 비교하면 확연히 개선된 실적이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은 1416억원으로 2017년(192억원)에 비하면 대폭 증가했으며, 제재 전인 2016년(1986억원)에 근접했다.오리온 관계자는 “1993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에 이어 신장위구르자치구에도 공장을 짓는 등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고 초코파이 등이 꾸준히 사랑받은 덕분”이라며 “올해 매출 1조원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농심은 사드 제재 전보다 실적이 나아졌다. 지난해 농심 중국법인 매출은 3125억원으로 2016년 매출(2810억원)을 넘어섰다. 2017년엔 매출이 2530억원으로 떨어졌다가 금세 회복했다. 영업이익도 2017년 26억원 적자에서 지난해엔 71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농심 관계자는 “2017년 말부터 중국 현지에서의 영업 환경이 서서히 개선됐다”며 “올해 중국법인 매출이 처음으로 3억달러를 넘을 것 같다”고 했다.불닭볶음면 등을 수출하는 삼양식품도 중국 수출액이 2016년 450억원에서 지난해 920억원으로 증가했다. 불닭시리즈의 인기가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된 덕분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롯데칠성이 작년 탄산음료와 소주의 성장에도 맥주 실적이 부진해 수익성에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올해는 맥주에 거는 기대가 크다. 경영 전략을 외형 성장에서 수익 개선으로 바꾼데다 외국 맥주 주문자 위탁생산, 주세법 변경에 따른 수혜도 예상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2018년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2조3462억원, 영업이익 849억원, 순손실 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12.7% 늘었으나 순이익은 손실을 내 적자전환했다.음료 영업이익률이 9% 이상으로 회복됐고 소주 점유율도 상승했으나, 맥주의 적자가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롯데칠성 주류사업부 실적은 소주의 선방과 맥주의 고전으로 설명된다. 연간 소주 매출은 전년 대비 8.9% 증가(추정)했다. 국내 점유율 역시 20%까지 상승해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맥주는 쉽지 않았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까지 상승했지만 '피츠'의 성장이 예상보다 부진했다. 연간 매출은 클라우드가 930억원, 피츠가 57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공장 가동률도 35% 내외에 그쳤다. 가동률 기준 손익분기점은 60% 수준이다. 낮은 가동률로 인한 고정비 부담에 광고 선전비와 지급수수료 증가가 겹치면서 주류 사업부의 영업 적자가 크게 확대됐다.올해는 맥주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외형 성장 전략 대신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예상된다. 2018년 기준 1429억원(추정)까지 치솟은 광고선전비가 감소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지급수수료와 판매촉진비 등도 효율화 기조가 지속된다. 이 경우 매출 성장률은 10~15%에 그치겠지만 적자폭은 200억~300억원 이상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롯데칠성이 외국 맥주 OEM(주문자위탁생산)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공장 가동률이 의미있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동남아 판매 비중이 높은 모든 외국 주류 회사가 잠재적 발주처다.하반기 맥주 주세법 변경 가능성도 맥주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과세 기준을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변경할 경우 국산 맥주는 현재보다 세금이 같거나 약간 하락해 소비자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수입 맥주의 경우에는 세금 부담이 커져 소비자 가격이 국산 맥주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 아사히와 같은 프리미엄 맥주는 큰 영향이 없겠으나 저가형 수입맥주는 국내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의 역차별 논란과 해외 사례를 감안할 때 세법 개정 가능성은 높다"고 예상했다.맥주 수익성 개선과 탄산음료 성장에 힘입어 롯데칠성의 올해 연결 매출은 2조5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7.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78.1% 성장한 1512억원이 예상된다. 실적 개선 가능성에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롯데칠성 목표주가를 210만원으로 높였다. 배당 강화 움직임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지난해 배당금은 2만7000원을 결정됐다. 일회성비용 발생에 따른 이익 감소에도 시가배당률 2%를 보장했다.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도 최고 2만7000원 이상의 배당이 기대된다.주식분할 결정 역시 호신호다. 롯데칠성은 오는 28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주식 액면가액을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축소하는 액면분할을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은 계열사인 롯데제과에 이어 시행되는 것으로 그룹 차원의 시장 가치 정상화 노력의 일환"이라며 "주식수가 10배 늘어나 고가주로서 소액주주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황제주' 롯데칠성이 '국민주'로 탈바꿈한다. 주식 액면가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맥주 주세법 종량세 개편 논의로 맥주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롯데칠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액면가 5000원을 500원으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오는 28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거쳐 오는 5월3일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신주가 상장되면 보통주 79만9346주는 799만3460주로, 우선주는 7만7531주에서 77만5310주로 늘어난다.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160만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10분의 1인 16만원이 된다.롯데칠성의 이번 액면분할은 상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보통주 기준으로는 1973년, 우선주 기준으로는 1989년 상장한 이후 46년 만이다. 2010년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한 이후 시장 안팎에서는 액면분할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있어왔다.롯데칠성 관계자는 "그간 투자자와 시장 등에서 주가가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고가주로 꼽혔던 롯데제과가 2년 전 액면분할을 하면서 롯데칠성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액면분할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액면분할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롯데칠성 투자가 조금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액면분할과 함께 맥주 과세 기준 개편 논의도 롯데칠성에 긍정적이다. 현행 종가세를 기준으로 수입맥주는 신고가와 관세에만 세금을 매겨 국산 맥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광고비, 인건비, 이윤 등을 모두 합한 금액에 세금을 부과해 판매가가 비싸다.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종가세 대신 알코올 도수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는데 종량세를 도입하면 도수가 낮은 맥주회사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내달 주세법을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종량세가 채택이 되면 국산 맥주는 현재보다 세금이 같거나 약간 하락하고 반대로 수입 맥주는 세금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그간 역차별을 받고 있던 국산 맥주의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이어 "롯데칠성의 경우 지난해 맥주의 적자가 개선되지 않아 전체 영업실적 개선폭이 제한됐다"며 "맥주 판매가 나아지면 롯데칠성의 실적은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날 오전 10시4분 현재 롯데칠성은 전날보다 3만1000원(1.94%) 상승한 163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