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규제 어떻길래
업계가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규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후 이뤄지는 ‘신의료기술평가’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담당하는 신의료기술평가는 새로운 제품 또는 기술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고 유효한지 문헌을 참고해 판단하는 절차다. 문제는 이미 식약처에서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았는데 또다시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중 규제’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부 업체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포함한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피해 해외 진출을 우선 모색하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미국에서 허가받으면 국내에 들어오기 쉬워 해외에 먼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원격의료와 빅데이터 활용이 금지돼 국내에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의료인 간 원격으로 협진할 때 또는 도서·산간 등 일부 지역에 한해 허용된다. 보건복지부는 명칭을 원격의료에서 스마트의료로 바꿔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에 한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저질 의료만 양산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기업이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접근하는 일도 쉽지 않다. 비식별화된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연구 같은 공익적 목적에 한해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이 병원 의료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소속 의사와 함께 연구 임상을 설계한 뒤 병원 내 임상시험승인위원회(IRB)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은 대형 병원과 공동 임상을 할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