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한국 관광산업을 부흥시키려면 통합적인 관광정책 수립을 위한 관광청 신설이 절실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 관련 부처로 격상시켜 관광산업 진흥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여행 관련 민간기업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15일 “관광 관련 정부 조직의 위상을 높이고 관광업무 일원화를 위해 관광만을 독자적으로 다루는 관광청이나 관광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국토교통성 산하에 있던 관광국을 독립시켜 관광청(JTA)을 만든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관광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맡아서 하고 있는데 문체부는 문화라는 거대 영역과 스포츠라는 독자 영역 사업이 많아 관광업무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관광을 사회문화 영역이 아니라 산업 측면으로 접근하기 위해선 경제 관련 부처로 독립시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멤버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관광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도 통합·체계적인 관광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관광청(차관급)을 신설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경연은 지난해 발표한 ‘일본 관광의 성공 요인 분석과 한국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관광컨트롤타워로서 관광청을 신설해 면세점(기획재정부) 국립공원(환경부) 생태관광(농림축산식품부) 비자(법무부) 숙박(보건복지부) 쇼핑(산업통상자원부) 교통(국토교통부) 해양관광(해양수산부) 등 10여 개 부처와의 협업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 관광청 신설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관광이 문화콘텐츠의 협소한 범위를 넘어 산업적인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관광대국인 프랑스(1위), 미국(3위) 등 주요 국가 관광청은 관광을 산업적인 측면으로 인식해 경제부처에 소속시켰다. 일본과 대만은 교통부 관할로 있는 반면 한국은 한때 국토부 소속이었다가 현재는 문체부로 편재된 상태다.

하지만 문체부 관계자는 “관광청 신설이 정부 부처 내에서의 위상이나 예산·법률 관련 권한과 역량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시기상조론을 폈다.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관광기구 신설보다 중요한 것은 관광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민관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관광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한국 관광이 산업 부문이 약한지,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지, 혹은 문화적인 접목이 필요한지를 분석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