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 재반박 자료내며 난타전…정부 vs 건보·연금공단 노조 '일자리자금 갈등'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둘러싸고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공공기관과 업무를 맡긴 정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는 업무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자료를 내자 공공기관 노동조합은 “사실관계를 은폐했다”며 반박자료를 배포했다.

▶본지 3월 12일자 A1, 3면 참조

일자리안정자금 접수 업무를 맡은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 노조는 15일 정부의 해명에 대한 반박자료에서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는 일자리안정자금 접수·지급 자료만 공개해 각 기관이 수행하는 후속업무에 대한 사실관계를 축소·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앞서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2일자로 보도한 ‘일자리안정자금 실적 닦달에 건보공단·연금공단 업무 거부’ 기사에 대해 “올해는 신청 절차를 매우 간소화해 접수기관 업무 부담이 크게 경감됐다”고 해명했다.

건보공단은 이에 대해 접수뿐 아니라 보험료 경감, 대납처리까지 하기 때문에 부담이 훨씬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보험료 경감 건수는 560만 건에 이른다. 연금공단은 지사별 일자리안정자금 접수 건수가 한 달에 0건인 곳부터 95건인 곳까지 천차만별이어서 실적 압박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올해 접수 인력 등 운영비 예산으로 건보공단에 30억원, 연금공단에 17억원을 반영했다고 한 데 대해서도 노조는 “1년 예산이 아니라 절반이 삭감된 6개월분”이라고 맞섰다. 당초 건보공단에 60억원, 연금공단엔 34억원이 배정돼야 했지만 부처 협의 과정에서 절반으로 삭감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오히려 운영비 예산으로 위탁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정부가 실적을 위해 위탁계약을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올해 일자리안정자금 접수기관에서 읍면동사무소가 빠진 것에 대해서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공공기관에 부담을 떠넘긴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올해 신청 절차 간소화를 이유로 읍면동사무소를 접수기관에서 제외했다.

정부가 예산 누수를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게 노조 설명이다. 노조는 “예산 누수는 지난해 사업 초기부터 제기된 문제였다”고 말했다.

노조는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대해선 아예 입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받는 사업체에 건강보험료의 50~60%를 깎아주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건보료 경감으로 인한 수입 감소액이 2648억원에 달했다”며 “정부가 재정 악화 우려에 대해선 전혀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지난해 도입된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사업장의 월급 210만원 이하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씩을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으로 2조9737억원을 편성했지만 4600억원가량은 쓰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올해 2조8188억원의 예산을 또 편성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