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젊어지고 있다. 맛이 다양해지고 도수는 낮아졌다. 프리미엄을 내세워 재료를 차별화하면서 가격은 높아졌다. 그런데도 잘 팔린다. ‘50~60대가 주로 마시던 술’에서 ‘20~30대가 편하게 마시는 술’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순당이 지난 5월 출시한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가격이 병당 3200원으로 기존 제품보다 60% 이상 비싼데도 대형마트에서 월 10만 병씩 팔리고 있다. 지평주조 ‘지평생막걸리’의 올 들어 9월까지 매출은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110억원)을 넘어섰다.◆수출 7년째 감소… 내수는 ‘회복’막걸리는 10년 전 ‘한류 열풍’으로 최대 호황을 누렸다. 수출 덕이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막걸리 업체들은 한류만 믿었다. 국내 소비자 취향 분석과 고급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당시 막걸리 제조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포함돼 대기업의 진입 자체가 막힌 것도 막걸리의 고급화를 가로막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막걸리 수출은 2012년부터 꺾이기 시작해 7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막걸리 수출 실적은 1224만달러(약 138억원)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미국 수출량은 15%, 중국은 31.3% 감소했다. 일본도 2% 성장에 그쳤다.일부 막걸리 업체는 2~3년 전부터 위기 탈출을 위한 전략을 짰다. 국내 소비자부터 잡기로 했다. 수제맥주와 와인 등으로 저도주 문화가 확산하던 때였다. 커피와 막걸리를 결합한 ‘막걸리카노’, 바나나막걸리, 유자막걸리, 복숭아막걸리, 크림치즈막걸리, 아이스막걸리 ‘아이싱’ 등 이색 신제품이 지난해 속속 쏟아져 나왔다. 소비자들은 반응했다. 2011년 45만kL로 정점을 찍은 뒤 한때 30만kL까지 떨어져 햐항곡선을 그리던 막걸리 출고량은 지난해 44만8000kL로 호황기 수준을 회복했다.◆도수 낮추고 다양화… 20대가 마신다젊어지는 막걸리 열풍은 지평주조가 주도했다. 90년 역사의 국내 최고(最古) 양조장에서 제조하는 지평주조는 2015년 ‘지평생쌀막걸리’의 알코올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춰 출시하면서 막걸리의 저도주 바람을 일으켰다. 이 회사 김기환 대표는 28세에 가업을 이어받아 매출 2억원대 회사를 8년 만에 110억원대로 키워냈다. 강원 춘천 제2공장을 짓는 등 설비 투자를 하고, 유통망을 정비하면서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했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200~300원 더 비싸게 내놨지만 고급 재료를 쓰고 도수를 낮추니 젊은 층 사이에서 목넘김이 편하고 숙취 없는 술이라고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전통주 전문기업 국순당도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으며 젊은 소비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2016년 내놓은 바나나맛 막걸리 등 ‘쌀 플레이버’ 시리즈는 출시 후 10개월간 500만 병 이상 팔렸다. 국순당 관계자는 “2년여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개량 막걸리가 젊은 층으로부터 호평 받고 있다”며 “올해 내놓은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대형마트에서 5~7월까지 매월 10만 병씩 팔렸고, 국순당의 전체 대형마트 매출을 전년보다 50% 이상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막걸리업계의 과제는 일본 중국 미국에 치우쳐 있던 수출시장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전체 수출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이 주력 시장이지만 성장률이 1~2%대에 그치고 있다”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젊은 소비자들의 한국 술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지평주조의 '지평막걸리'가 반전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17일 지평주조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매출액은 110억원으로 지난해 연매출 80억원을 37%가량 뛰어넘었다. 지평주조는 올 연말까지 약 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지평주조는 8년 전 불과 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던 소규모 양조장이었다. 젊은 소비자층이 유입되지 못하면서 막걸리 시장은 외면 받았고, 지평주조 역시 지역사회 판매에만 기댄채 위축되고 있었다.남은 막걸리 시장 마저도 서울탁주(장수막걸리), 국순당 등 주요 브랜드들이 70% 이상을 점유하면서 지역막걸리 중 하나인 지평주조는 겨우 명맥만을 유지했다.그러던 2010년 28세의 젊은 대표가 부임했다. 지평주조 2대 사장이었던 김교섭 씨의 손주인 김기환 대표였다. 고령이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3대 사장 김동교)의 뒤를 이어 2010년 가업에 뛰어들었다.김 대표는 위축되던 막걸리 시장에서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2016년 도수를 1도 낮춘 5도 막걸리를 내놨다.시장 점유율 1등인 장수막걸리가 6도인 상황에서 도수를 낮춘다는 것은 지평주조에 모험이었다. 알코올 도수 6도는 기존 막걸리 시장의 주요 소비자층인 고령층이 오랜 기간 마셔온 익숙한 맛이었기 때문이다.젊은 층이 마시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서울 강남, 홍대, 신촌뿐만 아니라 부산, 강원지역의 젊은 층들이 몰리는 상권에 영업망을 넓히면서 공을 들였다.반응이 서서히 오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숙취 없는 막걸리'로 젊은 층의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했다.지평주조 관계자는 "2030 젊은 세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평주조 막걸리 사진을 올리면서 소비자층이 확대됐다"며 "기존 막걸리보다 부드럽고 도수도 낮은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지난해에는 전국 이마트에 입점을 하면서 외형을 크게 키웠다. '부드럽고 숙취 없는 막걸리'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한 것이 상품기획자(MD) 눈에 들어왔다.기존 양평에 있는 양조장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해내지 못한 지평주조는 지난 6월 춘천에 월 500만병(750mL 기준)을 생산할 수 있는 제2공장을 지었다.김 대표는 "지평주조만의 주조방식을 따르면서 위생적이고 맛의 균질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제2공장의 의미"라며 "이번 공장 준공을 계기로 영업망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1925년에 설립된 지평양조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한 곳으로, 한국전쟁 지평리 전투 당시 UN군 사령부로 사용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대 사장인 이종환 씨가 설립한 뒤 1960년 김교섭 사장이 인수했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원가와 마진을 공개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13일 밝혔다. 프랜차이즈업계가 정부 정책에 위헌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지난 1월부터 시행된 가맹사업법 시행령에는 △필수품목의 공급가 상·하한선 △가맹점당 차액가맹금(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해 얻는 유통마진)의 평균 규모 및 매출 대비 비율 △가맹본사의 특수관계인 영업현황 등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협회는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개인 및 법인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고, 이런 정보를 시행령을 통해 공개하도록 한 것은 법률이 정한 위임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장했다.협회는 행정법원에 공정위 시행령에 대한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개정 시행령에 따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다음달 말까지 정보공개서를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신청한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된 사실상 원가 및 마진 공개는 다른 산업에 전례가 없는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