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이 많은 동남아는 선진국과 달리 경기정점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공장들이 동남아로 이전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평균 연령이 젊고, 중산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소비재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동남아 시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 중 하나는 ‘동남아의 소비재 기업들은 연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 지역의 우유, 라면, 스낵 등 대표적인 소비재산업은 한 자릿수의 연간 매출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분야별 1등 소비재 기업에 투자했다가 생각보다 낮은 매출과 이익 증가율에 실망하는 투자자를 많이 보게 된다.

베트남 우유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비나밀크의 작년 매출 증가율은 3%였다. 올해도 한 자릿수 증가율이 예상되고 있다. 베트남의 인구구조상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장기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보다 낮은 성장 국면에 놓여 있다. 오히려 비나밀크는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배당지급일 기준 주가)이 3~4%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고성장기업이 아니라 안정적 성장이 기대되는 배당주로 보는 것이 맞다. 인도네시아의 라면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푸드의 라면 연 매출 증가율 역시 3% 수준으로 낮은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흐름이 나타나는 주요한 이유는 소득이 증가한 동남아의 소비자들이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양적 소비에서 질적 소비를 중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중산층보다 한 단계 소득이 높은 부유층이 주도하고 있다.

중산층 이상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이런 경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타벅스를 포함해 자라 및 아디다스 등 150여 개 해외 패션·레스토랑 브랜드를 인도네시아에서 운영하는 미트라 아디퍼카사의 작년 매출 증가율은 19%를 기록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인테리어 소품 및 건축 용품을 판매하는 인도네시아의 에이스 하드웨어 매출 역시 2년 연속 연 20% 넘는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비나밀크는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요구르트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부분 동남아 소비재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이 20배를 넘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낮은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선택한다면 만족스러운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낮다는 이유로 한국의 1970~1980년대와 비슷할 것이라는 시각으로 동남아에 접근하기보다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업을 고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