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을 겨냥한 반(反)독점 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워런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통해 “기술 부문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크고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며 “차세대 혁신을 위해서는 거대 기업들을 해체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美 '反기업 정서' 폭주…민주당 후보 "아마존·구글·페북 해체해야"
워런 의원이 제안한 규제가 시행되면 아마존의 홀푸드(유기농식품 유통업체),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사진공유업체),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더블클릭(디지털 광고업체) 인수 등은 무산될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워런 의원은 이들 기업의 인수합병(M&A)이 경쟁을 저해한다며 합병 기업을 해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런 의원은 “거대한 기술 기업들이 너무 많은 권력을 갖고 경제, 사회,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이들이 경쟁을 막고 개인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면서 중소기업을 희생시키고, 혁신을 억누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벤처캐피털(VC)은 이들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26일 이들 기업의 M&A가 시장 경쟁과 소비자의 권익을 해쳤는지 집중 조사하는 전담반(TF)을 꾸렸다.

워런 의원은 또 다른 경제주체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한 기업이 자신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아마존이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아마존닷컴에서 판매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워런 의원은 연매출 250억달러(약 28조원) 이상의 전자상거래·검색·디지털 광고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또 규제를 어기면 연매출의 5%를 벌금으로 매길 것을 제안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보다 더 강력한 제재다. EU는 이 법을 위반한 기업에 연매출의 4%를 과징금으로 물리고 있다. 워런 의원은 IT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이 되살아나면 사생활 보호 등에 대한 합당한 조치도 이뤄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에드 블랙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회장은 “부당하고 극단적인 제안”이라며 “진보적인 가치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IT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런 의원이 극단적인 포퓰리스트(대중인기영합주의자)의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규제안을 마련 중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보수 진영에서도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반발 심리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