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중소기업 자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여신심사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은행들의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기반의 기업 신용평가점수체계(일명 ‘기업 CSS’)를 개발해 전 영업점에 도입했다. 기존에는 개인 판단에 따라 대출 여부 및 규모 등이 정해졌다면 새로 도입한 기업 CSS는 차주 상환능력과 계좌특성, 부실위험 등 과거 7년간 신한은행에서 쌓아온 기업 데이터를 표준화해 개별 기업의 점수를 매겨 대출이 나간다. 이 시스템을 통해 대출 기준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심사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전담역(RM)이 CSS를 기반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칠 수 있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영업점의 심사업무 부담도 경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오는 3분기 기업여신 전체에 적용한다는 목표로 AI여신심사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여신심사역이 업종, 재무비율, 신용등급 등을 평가해 대출을 내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빅데이터와 심사역의 노하우를 결합한 시스템으로 심사 과정을 자동화한다는 전략이다.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채무의 최대 금액을 산출하는 ‘한도모형’을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非)재무자료까지 활용해 기업의 미래가치를 측정하고 대출심사에도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자동심사승인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컨설팅사를 선정하고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신뢰성이 검증된 재무 및 비재무 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 정보를 축적할 데이터 마트(Data-Mart)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을 차별화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