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와 함께 '비둘기' 대열 동참한 ECB…한국은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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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유럽 중앙은행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행보에 나섰다. 경기 불안 속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로 선회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일(현지시간) 개최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올해 말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적용하는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현행 -0.40%와 0.25%로 동결했다.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올해 여름까지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경기 우려가 가중되며 정책 방향을 튼 것이다. ECB는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1%로 큰 폭으로 낮췄다.
이와 함께 ECB는 시중은행을 지원하는 경기부양책인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오는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경기침체기인 2014년 9월∼2016년 6월과 2016년 6월∼2017년 3월에 진행한 TLTRO를 세 번째로 실시하는 것이다. TLTRO는 유럽은행들에 싼 금리로 자금을 빌려줘(채권 매입) 은행이 민간 부문 대출을 늘릴 수 있게 하는 조치다.
전문가들은 ECB가 당초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통화 완화 기조로 전환하면서 비둘기 대열에 동참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기조는 유로존 경기 회복에 일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가 불확실한 경기에 확실한 통화정책 완화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며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시장이 자신감을 회복할 때까지 신뢰할 수 있는 통화정책 완화기조로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진단했다.
박재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LTRO로) 1년 반에 걸쳐 ECB 대출 창구가 열려 있기 때문에 유럽은행 입장에서는 펀딩압박에서 벗어나 기댈 곳이 생겼다"며 "(이번 조치가) 유로존 신용사이클뿐 아니라 심리회복을 이끌어 하반기 유로존 경기회복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긴축 정책에서 발을 빼고 있는 미국중앙은행(Fed)의 통화 완화 기조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재확인될 것으로 점쳐진다.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점도표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Fed가 상반기에 추가 경제지표를 확인하며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3월 FOMC에서 점도표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Fed 위원 발언에 비춰 (기준금리의) 연내 동결 또는 한 차례 인상 주장 비중이 높아졌다"며 "올해 3~4차례 인상을 점친 11명의 위원 중 3명만 1차례 이하 인상으로 전환할 경우 (점도표 추가 하향 조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연초 이후 위원들의 발언 수위와 표현을 감안하면 올해 2회 이상(2회 5명·3회 6명) 금리 인상을 예상한 Fed위원 수가 감소할 전망"이라며 "(점도표상) 2019년 뿐만 아니라 2020~2021년 중간값도 함께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립금리 수준으로 추정되는 장기전망이 함께 낮아질지 여부도 중요한데, 2019~2021년과 달리 유지되거나 0.5회(0.125%포인트) 수준만 낮추는 정도로 미세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의 행보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기준금리가 현재 연 1.75%에서 상당기간 묶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향후 미중 무역분쟁,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등에 따라 한은의 정책 기조가 변화될 여지는 있지만 올해 기준금리 동결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일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돼 있지만 올해 말께까지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과 연동되는 중국 경제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현재 한은은 물가와 경기보다는 저금리에 의해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하는 측면이 크다"며 "올해는 양대 정책 목표가 상충하면서 금리 조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5년 이후부터 기준금리 인상 뒤 통화정책 방향성 전환까지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기준금리는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05~2008년과 2010~2011년 구간의 금리 인상 국면에서 인하로 전환되는 동결 기간은 각각 14개월과 13개월이 소요됐다. 2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편, 한은의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4월18일에 열린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유럽중앙은행(ECB)은 7일(현지시간) 개최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올해 말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적용하는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현행 -0.40%와 0.25%로 동결했다.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올해 여름까지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경기 우려가 가중되며 정책 방향을 튼 것이다. ECB는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1%로 큰 폭으로 낮췄다.
이와 함께 ECB는 시중은행을 지원하는 경기부양책인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오는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경기침체기인 2014년 9월∼2016년 6월과 2016년 6월∼2017년 3월에 진행한 TLTRO를 세 번째로 실시하는 것이다. TLTRO는 유럽은행들에 싼 금리로 자금을 빌려줘(채권 매입) 은행이 민간 부문 대출을 늘릴 수 있게 하는 조치다.
전문가들은 ECB가 당초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통화 완화 기조로 전환하면서 비둘기 대열에 동참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기조는 유로존 경기 회복에 일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가 불확실한 경기에 확실한 통화정책 완화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며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시장이 자신감을 회복할 때까지 신뢰할 수 있는 통화정책 완화기조로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진단했다.
박재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LTRO로) 1년 반에 걸쳐 ECB 대출 창구가 열려 있기 때문에 유럽은행 입장에서는 펀딩압박에서 벗어나 기댈 곳이 생겼다"며 "(이번 조치가) 유로존 신용사이클뿐 아니라 심리회복을 이끌어 하반기 유로존 경기회복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긴축 정책에서 발을 빼고 있는 미국중앙은행(Fed)의 통화 완화 기조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재확인될 것으로 점쳐진다.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점도표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Fed가 상반기에 추가 경제지표를 확인하며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3월 FOMC에서 점도표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Fed 위원 발언에 비춰 (기준금리의) 연내 동결 또는 한 차례 인상 주장 비중이 높아졌다"며 "올해 3~4차례 인상을 점친 11명의 위원 중 3명만 1차례 이하 인상으로 전환할 경우 (점도표 추가 하향 조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연초 이후 위원들의 발언 수위와 표현을 감안하면 올해 2회 이상(2회 5명·3회 6명) 금리 인상을 예상한 Fed위원 수가 감소할 전망"이라며 "(점도표상) 2019년 뿐만 아니라 2020~2021년 중간값도 함께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립금리 수준으로 추정되는 장기전망이 함께 낮아질지 여부도 중요한데, 2019~2021년과 달리 유지되거나 0.5회(0.125%포인트) 수준만 낮추는 정도로 미세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의 행보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기준금리가 현재 연 1.75%에서 상당기간 묶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향후 미중 무역분쟁,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등에 따라 한은의 정책 기조가 변화될 여지는 있지만 올해 기준금리 동결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일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돼 있지만 올해 말께까지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과 연동되는 중국 경제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현재 한은은 물가와 경기보다는 저금리에 의해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하는 측면이 크다"며 "올해는 양대 정책 목표가 상충하면서 금리 조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5년 이후부터 기준금리 인상 뒤 통화정책 방향성 전환까지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기준금리는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05~2008년과 2010~2011년 구간의 금리 인상 국면에서 인하로 전환되는 동결 기간은 각각 14개월과 13개월이 소요됐다. 2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편, 한은의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4월18일에 열린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