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쏘카 대표 "규제 안 풀면 제2 벤처 붐 어림없다"
이재웅 쏘카 대표(사진)는 6일 정부가 발표한 ‘제2 벤처붐 확산 전략’과 관련해 “제2의 벤처붐이 일어나지 않는 원인을 투자 부족이나 차등의결권 문제로 진단한 것 같다”며 “정부는 규제개혁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벤처지원 대책 발표 직후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부가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겠다고 하는 의지는 환영하고 방향은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벤처붐이 일어나지 않는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대책을 세운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펀드를 만들고 세금을 깎아주고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서 금지하는 사업 중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새로운 법을 만들어 새로운 규칙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가 벤처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이 공유승차와 공유숙박을 하는 회사는 한국에서는 불법이거나 제한적으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대안도 내놨다. 이 대표는 “법에서 금지하지 않은 사업은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법에서 금지하는 사업 중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새로운 법을 제정해 새로운 규칙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제2의 벤처붐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가 풀려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게 되면 세제 혜택이 없어도 세계에서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규제개혁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렇게 하면 “제2의 벤처붐은 만들지 않아도 온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이 대표는 자신이 새롭게 벌이고 있는 사업이 곳곳에서 유무형 규제와 부딪치자 이 같은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투자한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는 택시업계와 갈등을 겪고 있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며 지난달 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대표는 “벤처에 투자할 정부 재정을 오래된 산업 구조조정에 투입해 그들이 혁신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세금을 줄일 것이 아니라 많이 거둬서 혁신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택시업계를 겨냥한 말이다. 이 대표는 인터넷 포털 다음을 창업한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쏘카와 타다 등 국내 여러 교통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혁신성장 정책과 관련해 벤처업계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았지만 4개월 만에 사임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