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식과 펀드, 채권 등 투자상품의 손익을 모두 합해 한 사람이 이익을 본 금액에만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식 매매 때마다 부과하는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없앨 방침이다. 개인 자산가들이 금융상품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불합리한 과세 체계를 정리해 이들의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최운열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특위는 우선 상품별로 나눠 과세하던 방식을 바꿔 투자자 1인의 손익을 한데 모아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자본시장 과세 체계는 손익 통산(손실과 이익을 통합 계산해 세금을 매기는 방법)하지 않아 한 계좌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 국내 주식은 매도할 때 0.3%의 거래세를 떼고 해외 주식은 양도소득에 대해 22%의 세금을 부과한다. 펀드는 해지(환매)할 때의 이익이건 중간의 분배금이건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에선 개인별로 금융상품을 손익 통산해 일괄 과세한다.

예를 들어 A씨가 1억원을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해 400만원의 이익을 냈고, 2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해 500만원의 손실을 봤다고 가정하자. 현재는 ELS 수익금의 배당소득세(15.4%)로 61만6000원, 증권거래세(0.3%)로 6만원을 내지만 앞으론 ‘100만원 손실’로 인식돼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손실을 이월해 현재 이익에서 차감하는 ‘손실이월공제’도 허용할 방침이다.

이중 과세 논란이 일고 있는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최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2020년부터 인하해 2024년 완전히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증권거래세는 현재 0.3% 세율에다 지분 1% 이상, 주식 15억원 이상인 대주주는 거래세를 포함해 최고 25%의 주식 양도세를 함께 내고 있다.

최 의원은 “현행 과세 체계는 전산화가 덜 돼 소득 파악이 어려웠던 1970년대 재산 과세의 일환”이라며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자본시장 투자 상품의 과세 체계를 완전히 고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추후 협의를 통해 대주주 범위 조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특위 개편안은 민주당 내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체계 태스크포스(TF)’와 정부의 협의를 통해 확정돼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단계적 폐지보다는 단계적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방안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와 유사하게 기업 외부에 독립된 연기금 법인을 설치해 기업과 근로자를 대리한 대표자와 전문가 등이 참여해 적립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