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대신 '베트남 협력 확대' 성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국 합의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사회주의 전통 우방국인 베트남과 협력 발판을 마련하는 성과는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베트남에서 북한으로 열차 귀국길에 오른 소식을 전하면서 "유대를 가일층 강화 발전시키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획기적인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북미정상회담 베트남 방문 기간에도 베트남과 실질적 교류를 확대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정상회담 종료 뒤인 이달 1∼2일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을 통해 그간 우여곡절을 겪었던 양국 교류·협력의 전면적 '정상화'를 추구하는 모양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의 지난 1일 정상회담에서 "경제, 과학기술, 국방, 체육문화예술, 출판보도 부문 등 모든 분야에서 협조와 교류를 정상화하고 새로운 높은 단계에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베트남 방문은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1964년) 이후 55년 만이다. 그동안 사회주의 이념에 근거한 '전통적 우호'를 주로 유지해온 양국이 새로운 차원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환영 만찬에서 베트남과의 친선에 대해 "격변하는 세계 정치정세 하의 고귀한 유산"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측은 "선대수령들의 뜻을 받들어 피로써 맺어진 두 나라, 두 당사이의 친선협조"라는 양국관계의 '뿌리'를 상기시키며 "새 시대의 요구에 맞게 더욱 공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협력 분야는 '경제' 분야다. 특히 김 위원장이 베트남의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쇄신)' 경험 전수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여 후속 움직임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쫑 주석에게 "베트남과 국가 건설, 사회·경제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를 강화하고 싶다"고 말한 사실이 베트남 현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리수용·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등 수행 간부들을 관광지인 할롱 베이와 자동차·스마트폰 제조공장이 있는 하이퐁시, 통신회사 비엣텔, 농업과학원 등에 보내 베트남의 산업 발전상을 직접 둘러보게 했다.
내년은 양국 수교 70주년이다. 이번 김 위원장의 베트남 친선방문을 계기로 내년 수교 70주년행사가 성대히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쫑 주석에게 "편리한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해 정상 간 상호 방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