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유엔과 미국의 강력한 제재 그물망을 피하기 위해 부득불 중국에 의존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28일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북·중 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북한에 들어가는 물자 중 93%가 중국을 통해 들어간다”고 답했다. 미국이 ‘김정은 체제’의 중국 의존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받는 물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원유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엔 대북제재에 따라 ‘쿼터’가 정해져 있는 터라 북한 내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생필품을 비롯해 평양 시민에게 들어갈 사치품도 단둥~신의주~평양 철도로 반입된다. 중국 단둥시 압록강 철교는 매일 북한을 오가는 열차와 화물차들로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5월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북·중 무역이 과거보다 호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2년 공식 집권과 함께 자신의 숙부인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장성택은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황금평 등 신의주 일대를 개발하려던 북한의 대표적 친중파였다. 이런 이유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주석에 오른 이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외면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경제 전쟁을 벌이면서 중국도 북한과의 무역에 소극적으로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단둥과 두만강 인근 훈춘에서 벌어지는 민간 차원의 북·중 밀무역을 대대적으로 단속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엔 제재로 ‘돈줄’이 완전히 막힌 데다 중국과의 무역에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얘기다.

북한이 동해상에서 벌여왔던 선박을 통한 불법 환적도 일본에 의해 막혀 있다. 일본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고, 동시에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동해상의 초계기 정찰 횟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남북한 경협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재개해야 그나마 체제 유지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도 이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유엔 대북제재 말고 남북경협 재개를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초기 조치로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