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수정안에 대한 하원의 최종 표결을 연기하면서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국과 수정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유럽연합(EU) 내부에선 브렉시트가 2021년으로 연기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메이 총리는 24일(현지시간) EU·아랍연맹(AL)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집트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3월 12일까지 표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26일 투표하려던 계획을 2주 뒤로 미뤘다. 다음달 12일에 표결이 이뤄질 경우 브렉시트 시한(3월 29일)까지 불과 17일밖에 남지 않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메이 총리는 EU와의 협상 시한을 벌고 의회가 브렉시트 시한을 3월 29일 이후로 미루는 것을 막기 위해 표결 연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노동당은 메이 총리의 표결 연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당 예비 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인 키어 스타머 의원은 “메이 총리는 의원들이 그의 협의안이나 노딜(EU와 합의 없는 탈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내몰면서 무모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노딜보다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브렉시트 연기는 없다는 메이 총리의 방침에 반기를 든 셈이다.

브렉시트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자 EU에서는 브렉시트가 2021년 초로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시한 연장이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