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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한 두 부부의 허영과 위선…'4人4色 연기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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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 연극 '대학살의 신'
    다음달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대학살의 신’.
    다음달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대학살의 신’.
    수많은 대사가 핑퐁처럼 오간다. 때론 웃기고 때론 윽박지르며 격하게 싸우기도 한다. 배우 중 누구 하나 삐걱대는 순간, 합이 모조리 무너질 것 같다. 다행히 이들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퍼즐을 맞춰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의 생명력과 호흡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6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연극 ‘대학살의 신’ 얘기다. 2010년 초연된 이 작품은 제목처럼 ‘대학살’을 다루진 않는다. 아이들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났다가 처참한 형국을 맞는 두 부부 이야기를 담았다.

    90분간 쉴 새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무대에 단 네 명의 배우만 등장한다. 남경주, 최정원, 송일국, 이지하다. 19일 공연이 끝난 후 함께 만난 자리에서 남경주는 “2년 전 네 명이 같은 작품으로 같은 무대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네 명 공동 캐스팅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며 “이미 서로 돈독해진 사이여서 연습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남경주는 일에 빠져 있는 변호사 알랭, 최정원은 고상한 척하는 알랭의 아내 아네뜨 역을 맡았다. 송일국은 가면을 쓴 평화주의자이자 도매업을 하는 미셸, 이지하는 세계 평화를 꿈꾸지만 타인을 조율하려 드는 미셸의 아내 베로니끄를 연기한다. 이들 부부는 아이들 싸움에 말려드는 초반에는 서로 예의를 갖추며 말한다. 하지만 점차 격하게 반응하며 가식과 위선임이 금세 드러난다. 최정원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어른 모습을 다룬다”며 “때론 아이들보다 더 유치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어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의 절정은 최정원이 가식적인 상황을 못 버티고 한바탕 토하는 장면이다. 미셸의 집에서 거침없이 뿜어대는 장면에서 관객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최정원은 “토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감정 변화를 잘 끄집어내야 해 힘들다”면서도 “옆에서 세 분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며 웃었다.

    2년 전과 동일한 배우, 똑같은 역이지만 각자 연기에서 다른 점도 많아졌다고 했다. 송일국은 “드라마에서 사극을 많이 해 처음엔 나도 모르게 사극톤으로 대사를 했다. 연습하면서 선배들을 그나마 많이 쫓아간 것 같다”며 “예전엔 소리만 쳤다면 이번에는 디테일한 부분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하는 “처음엔 관객을 웃기려 캐릭터를 좀 더 희화화했다”며 “이번엔 우리 나이 관객이 보다 공감할 수 있도록 웃음보다는 현실에 가깝게 연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연출은 김태훈 감독이 맡았다. 공연은 다음달 24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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