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 오세훈(사진)’ 후보의 양강 대결이 예상됐던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강경 보수 세력인 ‘태극기 부대’가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세 과시에 나서면서 이들이 지지하는 김진태 후보에 대한 표 응집력도 커지고 있어서다. ‘개혁적 보수’를 자처하는 오 후보가 이에 맞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주목된다.

오 후보는 이달 초 전대 출마를 선언한 뒤로 당의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지역을 적극 공략하기보다는 자신의 ‘중도·수도권 확장성’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대구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 의석 65석을 석권해도 수도권 122석 중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권 탈환은 요원하다”며 “후보 셋 중 저를 빼고 누가 ‘수도권 승리’를 이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TK는 전대 투표권을 가진 32만8000명의 책임 당원 중 9만7500명(29.7%)이 몰려 있는 ‘전통적 텃밭’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TK 표심 잡기에 주력하는 황·김 후보와는 사뭇 다른 행보”라고 말했다.

오 후보가 이 같은 전략을 쓰는 데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당내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오 후보는 과거 자신이 속했던 ‘비박(비박근혜)계·복당파’ 내에서도 이렇다 할 지지를 얻지 못한 상태다. 한국당 관계자는 “‘5·18 망언’ 등으로 극우화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오 후보의 전략이 상당히 먹혀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 후보가 이번 전대를 통해 목전의 당심·당권을 잡기보다 잠재적 대선 후보로서 ‘확장성이 큰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당 장악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대중성이 높은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다”며 “대선이 다가올수록 전국적 득표력을 갖춘 인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