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스템·시설·용어 등에 일제 잔재 많고 관행적으로 사용…정비해야" 3·1 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전국 교육계가 일제 잔재 청산에 팔을 걷어붙였다.
충북도교육청은 친일 음악가들이 작사·작곡한 교가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376개교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2개교, 중학교 8개교, 고등학교 9개교 등 19개교가 친일인사가 만든 교가를 부르고 있었다.
이들 교가는 친일 음악가로 꼽히는 현제명·김성태·김동진·이흥렬이 작곡에 참여하거나, 친독재 논란을 빚는 이은상이 작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교육청은 전수 조사가 끝나면 해당 교가를 교체해나갈 계획이다.
인천시교육청도 친일인사가 교가 작곡·작사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면 바꾸도록 학교 측에 권고하기로 했다. 광주시교육청의 경우 교가는 물론이고 교과서 속 친일 작품, 행정 용어 등 무형의 친일 문화까지 조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친일 잔재 조사와 청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최근 광주시가 공개한 친일 잔재 조사 용역보고서를 보면 광주 일선 학교 교가의 작사·작곡가 가운데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 4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만든 교가를 쓰는 학교는 현재 ▲ 전남대, 숭일중·고(현제명) ▲ 호남대, 서강중·고, 서영대, 금호중앙중·금호여고, 대동고, 동신중·고(김동진) ▲ 광덕중·고(김성태) ▲ 광주제일고(이흥렬) 등이다.
특히 광주 학생 독립운동 발원지인 광주제일고등학교는 광주 학생 독립운동 90주년 기념일인 11월 3일 새 노래를 부르는 것을 목표로 교가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열린 졸업식에서는 기존 교가를 아예 제창하지 않았다.
울산시교육청도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사업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노옥희 교육감은 지난달 말 간부회의에서 "친일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 동서남북 방위 개념을 반영한 교명이나 교육시설이 있는 등 일제 잔재가 여전하다"면서 "(일본식 이름인)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유아 학교로 변경하자는 논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주말인 16일부터 이틀에 걸쳐 도교육청 중앙 현관에 있는 일본 가이스카 향나무를 뽑고 그 자리에 우리나라 고유종인 소나무를 심었다.
수령 55년에 직경 45㎝, 높이 5m 크기인 해당 소나무 주변에는 이달 안으로 작은 소나무 2그루를 더 심을 예정이다.
올해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우리 역사의 얼을 새기기 위한 조처라고 경남교육청은 설명했다.
대구초등학교도 본관 건물 전면에 있던 가이스카 향나무 2그루를 뽑아 교문 옆으로 옮겨 심었다.
2017년에는 가이스카 향나무를 교목으로 둔 충북 도내 5개 학교도 교목을 우리나라 고유종인 소나무, 은행나무 등으로 교체한 바 있다.
이런 교육계의 일제 잔재 청산 움직임과 관련, 이현호 울산 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업단장은 "일제와 관련한 모든 흔적을 없애자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바로 알고 경각심을 갖자는 차원에서 친일 잔재 청산 시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독도 사랑 국토사랑회장인 민경선 의원은 "현행 교육시스템과 시설, 용어 등에 일제 잔재가 여전히 많고 교육계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3·1 운동 100주년인 올해 더 적극적으로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우열 이덕기 손상원 정찬욱 허광무 최은지 김도윤 김선경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