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드래곤이 ‘어닝 쇼크’ 수준의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회성 비용의 영향이 큰 데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경쟁이 심해지면서 한국산 콘텐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15일 코스닥시장에서 3000원(3.17%) 오른 9만7600원에 마감했다. 기관투자가가 이날 19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회사는 14일 장 마감 후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7.3% 줄어든 4억원이라고 공시했다. 당초 시장 추정치는 118억원이었다.

주가가 선방한 건 대규모의 일회성 비용으로 실적이 부진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회사 측은 “중국 판매 가능성이 높았던 드라마 10편의 판권 등 무형자산을 상각해 110억원의 비용을 선반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콘텐츠 한한령(한류금지령)으로 중국 시장이 재개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스터 션샤인’ 등 지난해 방영작들의 판매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미리 판권을 상각했다는 설명이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킹덤’이 긍정적 반응을 얻으며 한국 콘텐츠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며 “올해 디즈니 등 대형 사업자들의 OTT가 나오는 만큼 스튜디오드래곤도 제작 수주와 판권 판매 등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넷플릭스와 2편의 드라마를 제작 중이고, 중국 OTT와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드라마 공동제작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