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 모바일 전자고지서, 임상시험 참여 희망자 온라인 중개 서비스 3건에 대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기로 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새로운 제품·서비스와 기술을 신속히 출시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제품·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하는 ‘실증특례’와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하는 ‘임시허가’로 나뉜다.

심의위는 휴이노와 고려대 안암병원이 신청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 관리 서비스’에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휴이노는 애플의 ‘애플워치4’가 나오기 전인 2015년 해당 기술을 개발했지만 법규가 불명확해 출시를 늦춰야 했다. 의료법상 웨어러블기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의료기관 방문을 안내할 근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특례로 환자는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에서 얻은 데이터를 의사에게 보내 내원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심의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뒤 사업을 개시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원격진료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한 조건이 따르나 모바일기기에서 수집한 환자 데이터를 활용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심의위는 “약 2000명 이내 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 제한된 범위에서 실증할 수 있다”며 “이번 실증특례가 원격진료를 본격화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KT와 카카오페이가 신청한 ‘행정·공공기관 고지서 모바일 서비스’는 임시허가를 받았다. 여권만료 안내, 예비군 훈련 통지, 교통범칙금 고지 등 지금껏 우편으로 받던 공공기관 고지서를 모바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를 통해 우편 고지를 모바일 고지로 대체하면 2년간 900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심의위는 올리브헬스케어가 신청한 ‘임상시험 참여 희망자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계기로 다른 업체들도 온라인으로 임상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했다.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할 수 있게 되면, 적합자 매칭률이 15%에서 40%까지 향상되고 모집기간도 줄일 수 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유영민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 도입으로 ICT 혁신의 ‘실험장’이 열렸다”며 “국민의 생명·안전에 저해되지 않는 한 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전향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다음달 초 2차 심의위를 열고 지난달 접수된 규제 샌드박스 신청 9건 중 나머지 6건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