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족부궤양·욕창 등 환자 맞춤형 재생 치료 가능
심장근육 대체 '하트패치'도 개발
연내 전임상…2021년 상업화
올해 말 코스닥 상장 추진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는 “지난해 손상된 피부를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현재 피부 상처, 당뇨병성 족부궤양, 욕창 등에 대한 임상을 세브란스병원, 이데아성형외과 등에서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피부 재생 시술은 오는 5월부터 상업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성 족부궤양, 욕창 등도 연말께 의료기관에서 3D 프린터로 치료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환자 맞춤형 치료에 큰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3D 바이오프린터 재생의료가 마침내 현실화하는 것이다.
“3D 바이오프린팅 재생의료 플랫폼 제공”
2012년 설립된 로킷헬스케어는 2016년 자체 개발한 3D 바이오프린터 ‘인비보’를 출시했다. 인비보는 기존 제품과 가격대는 비슷하면서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모든 바이오잉크로 세포가 손상되지 않게 제품을 출력한다. 지금까지 미국, 독일 등 10여 개국에 300대 이상 팔았다. 유 대표는 2007년부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를 지내다가 창업했다. 그는 “소비자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산업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에 3D 프린터에 주목하게 됐다”고 했다.
유 대표는 로킷헬스케어가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회사 이름을 ‘로킷’에서 ‘로킷헬스케어’로 바꾼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그는 “처음엔 3D 바이오프린터를 제조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환자에게 맞춤형 재생의료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기관에 3D 바이오프린팅 재생의료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소모품, 기기,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게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는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3D 바이오프린터로 할 수 있는 치료의 10%도 안 된다”며 “우리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재생의료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3D 바이오프린터 제작은 물론 인체조직을 만드는 데 쓰이는 바이오잉크, 인공장기 토대가 되는 오르가노이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오르가노이드는 혈관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 기관이다. 유 대표는 “직원의 80%가 바이오를 전공했고 박사급 인력만 7명에 달한다”며 “지속적으로 바이오 기술자를 영입해 올해 인력을 50% 이상 늘릴 것”이라고 했다.
연골, 망막, 심장근육까지 재생
로킷헬스케어는 피부 재생, 연골, 망막, 심장근육 등 여러 신체조직을 재생하는 데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유효한지 검증하고 있다. 동물 20여 마리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에서 연골 재생 효과를 확인했다. 이달부터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속 매사추세츠병원과 함께 연골재생치료 동물실험을 한다. 상반기까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실험을 마친 뒤 연말께 환자에게 적용할 예정이다. 재생의료 기술을 접목한 화장품도 하반기께 출시한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모발 이식도 연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심근경색으로 괴사한 심장근육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하트패치’는 독일의 유수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국립연구소와 공동 연구하고 있다. 사람의 심근세포를 활용해 혈관 없이 생존하면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동전 크기의 패치를 제작한 뒤 괴사한 심근 조직을 떼어낸 자리에 붙이면 심장근육으로 바뀐다. 올해 전임상을 시작해 2021년께 상업화할 계획이다. 실명 위험이 큰 황반변성을 치료할 수 있는 망막 시트도 개발 중이다.
로킷헬스케어는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유럽본부 최고운영책임자, 미국 보안업체 타이코 아시아태평양 총괄수석부사장,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 등을 지내며 쌓은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과 풍부한 네트워크가 큰 자산이다. 유 대표는 “연골 재생 시장은 124조원, 피부 재생 시장은 60조원에 달한다”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포함해 재생의료 규제 장벽이 높지 않은 일본, 터키, 인도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킷헬스케어는 올해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