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놓고 또 부딪힌 애플과 페이스북
“페이스북을 고치겠다(Fix Facebook)”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지난해 새해 결심이다. 하지만 지난해 페이스북 어딘가가 고장났다는 게 만천하에 공개됐을 뿐 해를 넘겨서도 수리(fix)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불거진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의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 도용 사건을 최초 보도했던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 문제는 (저커버그 자신이 결자해지하기 보단) 팀 쿡 애플 CEO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이날 자사의 정책 위반을 이유로 페이스북의 리서치 앱(응용프로그램·사진)을 차단하고, 페이스북 개발자의 내부 시험용 앱 접근도 막았다.

지난 29일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15~35세 이용자들에게 리서치 앱을 설치하는 대가로 20달러를 지불했다. 페이스북은 이 앱을 통해 아마존의 구매내역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했다.

페이스북이 정식 승인을 거쳐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내 테스트용 개발 프로그램을 우회 경로로 사용했다는 것이 주요 쟁점이다. ‘사이드로딩(side-loading)’이란 이름의 애플 기업용 개발 프로그램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 내부 테스트를 위해서만 앱을 활용하는 기능이다. 애플 대변인은 “기업용 개발 프로그램(사이드로딩)은 기업 내 앱 배포만 허용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데이터 수집 앱을 배포한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말했다.

NYT 등 미국 매체는 개인정보를 둘러싼 애플과 페이스북의 갈등을 ‘냉전(cold war)’이라고 부르고 있다. 애플의 이같은 조치는 두 회사 간의 냉전이 격화하고 있다는 신호란 해석이다. 쿡 CEO는 사생활 보호는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강조하면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활용과 사생활 침해를 강력 비판해왔다.

애플이 더 나아가 아이폰 등 자사의 기기를 통한 페이스북 접속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등의 강경책을 쓸 수도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애플의 앱 사용 차단은 페이스북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애플은 이같은 조치를 통해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호 개선을 위해 전면적으로 나서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