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과 엄청난 진전"
2차 美·北 정상회담 날짜·장소 5일 발표…거론됐던 베트남 유력
'終戰선언 - 핵시설 포괄적 신고'…당근과 채찍 동시에 내밀어
中, 비핵화 협상 적극 관여
왕이 "국제문제 큰 역할 할 것"…사실상 美 주도 비핵화 협상 참여
美·中, 안보·무역 '한 테이블'에
급물살 타는 북핵 외교전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2차 미·북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합의했고 다음주 초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AP통신은 “5일 국정연설에서 날짜와 장소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소는) 대단한 비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작부터 거론된 베트남 하노이나 다낭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을 연계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를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마도 한 번 또는 두 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과 연계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미 CNBC는 “미·중 당국자들이 2월 말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2월 말 미·북 정상회담에 이어 중국 하이난성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3일 서울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고 그 뒤 북한 측 카운터파트와도 접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북한 측 카운터파트는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로 확인됐다. 비건 대표는 이르면 4일부터 김 전 대사와 판문점 등에서 실무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비건 대표는 이미 지난달 1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워싱턴DC 방문을 수행한 김 전 대사와 첫 협상을 했다.
미·중의 치열한 수싸움
중국이 4차 북·중 정상회담 이후 ‘적극 관여’로 입장을 굳히면서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치열한 수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신년회에서 “새해에는 중국이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한과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왕 장관은 “올해는 한반도 핵 문제가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건이 되는 중요한 해”라며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비핵화 방향을 지속해서 견지하고 미국이 성의를 보일 수 있도록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임박한 2차 미·북 정상회담 의제 중 하나로 종전선언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역할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작년 11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뉴욕 회담을 무산시키는 등 ‘장고’를 거듭한 끝에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온 것은 중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올초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체제 보장에 대한 중국의 보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북 정상회담에 이어 곧바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진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한편에선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마무리짓기 위해 북핵 문제에서 미국편을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중국이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과,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맞바꾸는 ‘쌍중단(雙中斷)’을 지지해왔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가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