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8시45분께 국회 본청 앞 잔디밭. ‘펑’ 소리가 난 직후 하얀 연기가 흰색 차량 창문틈새로 흘러나왔다. 순간 잔디밭 옆 국회도서관앞에서 ‘나오세요’를 외치며 쏜살같이 2명의 남자가 달려왔다. 그 사이 차량의 하얀연기는 금세 불꼿으로 변하고 있었다. 운전석 앞문을 열어 제친 두 명의 남자는 나오지 않으려고 버티는 차량 운전자를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 직후 불꽃은 차량 전체로 옮겨붙었다. 밖으로 나온 운전자의 머리와 상의에는 불에 탄 흔적이 역력했다.

구출자들이 한숨을 돌리고 국회 방호원들이 소화기로 차량 화재 진압을 시도하고 있는 순간,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잔디밭에 누워있던 운전자가 벌떡 일어나 이미 시뻘건 불꽃에 휩싸인 차량 뒷차석으로 다시 뛰어들어 재차 분신을 시도한 것. 순식간에 상의와 머리에 다시 불이 옮겨 붙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찰나였다. 이미 시꺼먼 연기를 토해내고 있는 차량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모두 ‘어, 어’하는 동안 최초 구출자 2명이 다시 차량으로 달려갔다. 불꽃이 훨훨 타오르는 상황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뒷자석에 나오지 않으려는 운전자를 다급하게 끌어냈다. 이때 ‘타타닥‘소리와 함께 불꽃이 차량 전체를 삼켰다. 심각한 화상을 입은 운전자는 의식을 잃은 듯 했다. 재차 분신시도를 막기 위해 국회 잔디밭에 누워있는 그를 사람들이 에워쌌다. 119 소방차와 구급차가 숨가쁜 사이렌 소리를 내고 달려왔다.

국회 사무처에 확인결과, 이날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운전자를 차량에서 최초로 구출한 사람은 마침 출근길이던 국회 상임위 소속의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사고 초기에 구출하지 않았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며 “해당 인사가 과거 국회에서 유사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어서 남들보다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불에 탄 차량의 주변에는 운전자가 뿌린 것으로 추정되는 ‘촛불연대, 태극기 부대는 반목하기 보다는 무엇이 진정한 애국 애족의 길인가를 모색하기 바랍니다’는 호소문이 흩어져있었다. 국회 사무처는 분신시도 배경을 파악중이다. 현재 운전자는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중이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