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난해 매출 61조3417억원, 영업이익 2조7033억원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31일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매출 15조7723억원, 영업이익 757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79.4% 감소했다. 2016년 4분기(영업손실 35억원)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당기순손실은 807억원이었다.
4분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것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MC사업본부는 4분기 매출 1조7080억원, 영업손실 3220억원을 냈다. 애초 증권가 예상치였던 1000억원대보다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7분기 연속 적자다. 액세서리용 전자제품을 담당하는 ‘컴패니언 디바이스 사업부’를 MC사업본부에 포함하면서 사후 흑자 처리된 2017년 1분기를 영업손실로 치면 15분기 연속 적자다.
매출도 크게 줄었다. MC부문 작년 누적 매출은 8조500억원이었다. 2012년 이후 MC부문 매출이 10조원을 넘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전자까지 강타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약진으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실적이 악화됐다”며 “전략 스마트폰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던 H&A(백색가전), HE(TV·오디오) 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각각 1048억원과 2091억원에 그쳤다. 1분기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두 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2.4%, 4.6%까지 떨어지며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VC(전장) 사업본부는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폭(영업손실 274억원)은 크게 줄었다. 지난 3분기부터 자동차용 조명업체 ZKW 인수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연간 매출은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LG전자는 올해 시장 상황에 대해 “국내 생활가전 시장은 건조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 신성장 제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겠지만 해외 시장은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화웨이, 샤오미, 비보 등 중국 업체가 몸집을 불리고 있어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