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기사 댓글 발단…특검 수사착수 7개월 만노회찬 사망·수사기간 연장 포기 등 우여곡절…항소심서 계속될 듯문재인 정부의 첫 특검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드루킹 댓글조작'사건이 30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 구속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와 함께 1심 재판을 마무리했다.댓글조작 사건이 경찰에 먼저 수사 의뢰된 지 1년여 만,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 지 약 7개월 만에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온 것이다.이 사건은 2018년 1월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단일팀 관련 기사의 댓글에 공감 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 발단이 됐다.주범인 '드루킹' 김동원씨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의 조작 범행은 금세 밝혀졌다.4월 경찰이 김씨를 구속 송치하면서 언론 보도로 세간에도 알려졌다.그러나 김씨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김경수 지사와 접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이를 파헤치는 검·경 수사가 미진하다는 불만이 야권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면서 급격하게 '정치 사건'으로 부상했다.결국 6월 7일 문 대통령은 허익범 특별검사를 임명했다.특별검사 임명 직후인 6월 13일에는 의혹의 중심으로 지목되던 김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정권의 실세로 꼽히는 현직 도지사를 겨냥해야 하는 특검의 수사는 순탄치 않았다.드루킹 일당들을 우선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故) 노회찬 전 의원에게 불법 자금이 전달됐다는 정황을 포착했으나, 이를 기획했다고 지목한 도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7월 기각됐다.여기에 노회찬 의원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까지 벌어졌다.특검은 7월 말에야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8월 초 관사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김 지사를 두 차례 소환 조사한 특검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8월 18일 법원은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와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특검은 구속영장 기각 나흘 만인 8월 22일 수사 기간 연장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수사를 마무리했다.역대 처음으로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특검의 수사 과정과 결과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렸다.노 전 의원의 사망 등 돌발 사건까지 겹치면서 '수사 의지가 부족했고, 곁가지만 훑었다'는 비판이 있었다.반면 초기 수사가 미진했던 상황에서 정권 초기에 실세 정치인을 재판에 넘기는 등 쉽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있다.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김 지사와 현 정권의 지지자들과 비판자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던 김 지사를 향해 지지자들은 꽃을 던졌고, 조사 후 귀가하던 김 지사를 향해 한 보수성향 유튜버는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30일 선고공판에서도 법원 청사 앞에 모인 보수성향 시민들은 "김경수를 구속하라"고 외쳤다.김 지사의 지지자들은 이날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자 법정에서 통곡했다.이날 1심 법원이 김경수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해 법정 구속함에 따라, 특검에 대한 평가도 수사를 마무리하던 때와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재판부는 드루킹에게도 이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노회찬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이 사실로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드루킹 측은 이미 재판을 "불공정한 정치재판"이라 규정하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뜻밖에 법정 구속된 데다 지사직을 잃을 위기에까지 놓인 김 지사 역시 당연히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이날 김 지사는 법정 구속되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드루킹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가 또 한 번의 법원 판단을 기다리게 될 전망이다./연합뉴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이 재판을 이끈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5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성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재학 중 3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8년 서울대 법대 대학원을 수료하고 2005년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공군 법무관과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 서울지법 판사, 창원지법 판사, 창원지법 통영지원 판사, 수원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등을 거쳐 형사합의부 재판장을 맡고 있다.성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심의관과 인사심의관,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 등으로 세 차례 핵심보직을 거치는 등 법원 내 엘리트로 꼽힌다. 이때 양승태 대법원장 비서실에 파견되기도 했다. 그는 국정농단사건과 관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김경숙 전 이대 학장 사건 등을 맡아 유죄 판결했다. 특히 성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의 1심 재판장이었다. 지난해 7월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와 관련한 뇌물 혐의는 무죄로 선고했지만 국고손실 혐의는 유죄로 보고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공천개입과 관련해선 징역 2년을 선고했다.한편 2017년부터 성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이날 오전과 오후 연달아 '드루킹 댓글공작' 관련 사건의 선고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드루킹' 김동원씨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 등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이를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 김 지사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산채 찾아간 날 킹크랩 구동 시연받고 승인…이후 범행 사실도 알았다"드루킹 일당 진술 신빙성 의심 정황 인정하면서도 각종 물증 토대로 판단'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공모했다고 1심 법원이 판단했다.이에 따라 법원은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이날 법정구속했다.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함께 선고했다.법원이 이날 실형을 선고한 것은 드루킹 일당의 온라인 여론 조작 활동이 심각한 범죄인데, 김 지사가 여기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이처럼 김 지사의 공모가 인정된 데에는 특검이 제시한 텔레그램 메시지 등 각종 물증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김 지사의 주장대로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 의심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물증의 뒷받침이 있는 만큼 유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30일 김 지사의 선고 공판에서 "김씨가 김 지사에게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한 후 개발의 승인 내지는 동의를 받고 착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등을 위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됐다.특검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제적공진화모임의 아지트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산채)를 찾아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초기 버전의 시연을 본 뒤 프로그램 개발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했다.또 지난해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는 대가로 김 지사가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조사 결과도 내놓았다.재판 과정에서 드루킹 김씨와 측근들은 김 지사가 킹크랩의 시연을 본 뒤 개발을 승인했고, 댓글 조작 내역도 수시로 보고받았다고 주장했다.반면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의 주장이 수시로 바뀐 데다, 서로 말을 맞춘 정황이 있다며 신빙성이 없다며 범행에 공모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재판부는 우선 2011년 11월 9일 저녁 관련한 프로그램의 접속 내역 등을 비교해보면 당시 킹크랩이 구동됐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고 봤다.이어 당시에 제공된 자료의 내용 등을 토대로 "드루킹으로부터 '온라인 여론에 대처하려면 킹크랩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브리핑을 듣고 시연을 봤다는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재판부는 그러면서 "드루킹 일당의 진술 중 일부가 허위라고 의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긴 한다"면서 "그러나 그런 사정만으로 객관적 관계에 부합하는 진술들마저 배척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드루킹 일당이 실제로 킹크랩을 이용해 불법 댓글조작을 했다는 사실을 김 지사가 알고 있었느냐는 쟁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각종 물증을 토대로 '그렇다'는 판단을 내놓았다.여기에는 드루킹 김씨와 김 지사 사이에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용이 중요한 근거가 됐다.드루킹 김씨가 김 지사에게 여러 차례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 내용을 뜯어본 재판부는 "온라인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드루킹이 수작업만이 아닌 킹크랩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온라인 정보보고'가 김 지사가 처음 산채를 방문한 직후부터 작성되기 시작했고, 실제 내용과 문체도 김 지사에게 보고하는 부분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또 그 내용에도 킹크랩의 개발 및 운영 상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실제로 댓글 작업을 한 기사 목록을 김 지사가 텔레그램으로 전송받은 사실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재판부는 "제때 확인하지도 않는데 1년 6개월 동안 매일 수백건을 정리해 지속적으로 전송했다고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 지사는 매일 목록을 확인했거나, 적어도 하루에 어느 정도 댓글작업이 이뤄지는지는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이어 "기사 목록을 주기적으로 전송받고 확인함으로써 드루킹의 범행을 충분히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나아가 재판부는 이와 같은 판단 내용을 토대로 "드루킹 김씨가 피고인의 승인 내지 동의를 받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범으로서의 책임도 져야 한다고 밝혔다.재판부는 "피고인이 시연을 본 이후에 킹크랩의 개발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며 "통신비나 인건비 등 거액이 들어가는 작업을 피고인의 허락 없이 자발적으로 했다고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이 과정에서도 관련자들의 여러 진술 중에 의문이 가는 내용이 있지만, 객관적 사정과 들어맞는 내용까지 배척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킹크랩 개발 이후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범행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협력관계를 지속해 작업을 지속적으로 승인하고 계속하게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며 공범이라 판단했다.아울러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 역시 사실로 인정하며 "이는 범행의 결정적 동기나 유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이런 행위로 드루킹의 댓글조작 범행 전반을 지배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